[책속의 명문장]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 이어령 지음 | 허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어령의 보자기 인문학>(마로니에북스.2015)은 동양과 서양 문화를 비교의 한 축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이를테면 젓가락, 포크와 나이프로 대표되는 식탁 문화를 두고 한 탁월한 비교다.
“모두의 젓가락은 나비처럼 밥상 위로 날아오른다. 지휘자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이 공간 위의 퍼포먼스를 아름답게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천지인이 하나가 되는 조화의 정신이 필요하다. (중략) 젓가락은 개인이 전체와 조화하기 위한 일상의 수업이다. 포크와 나이프는 학습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과학적인 조사에서도 숟가락은 생후 1개월 반만 지나면 사용할 수 있으나 젓가락은 3년이 걸려야 손에 쥘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평생 올바르게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젓가락질은 모국어의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다리이기도 하다. 젓가락은 다리이다. 세대와 세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104쪽~106쪽 중에서
신호등 하나 없이 찬을 가운데 두고 젓가락이 서로 엉키지 않는 밥상문화, 읽고 보니 소리 없는 퍼포먼스라는 대목이 일리 있다. 또한 젓가락질을 배운다는 의미도 맞는 말이다.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필수이지 않은가. 부모가 아이에게 젓가락을 쥐여 줄 때, 세대와 세대는 이어진다.
젓가락이라는 식도구 하나를 두고 펼치는 사유가 끝이 없다. 정형화된 사물에 동·서양의 문화 비교를 통해 인문사고의 틀을 넓힌다. 흥미로운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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