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기업의 부서를 보면 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막대한 손실이 지속된다면 팀이 해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서를 당근이 아닌 채찍으로 회사 전체 수익 중 절반을 책임지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리더가 있다.
글로벌 인재들의 지식 사용법을 제시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무엇을 공부하는가>(엔트리.2015)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매니저 리 크라네퍼스라는 사람이다.
저자가 외국 기업으로 이직한 2000년 당시 일이다. 당시 사내에는 ‘회사의 짐 덩어리’라는 말을 듣는 부서가 있었다. 곧 팀이 해산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구제불능이었던 팀을 리 크라네퍼스라는 사람이 맡은 이후 그 팀은 밑바닥에서 회사 전체 수익 중 절반을 책임지는 반등에 성공한다.
어떤 방법이 동원됐기에 혁신적인 개선이 이뤄졌을까. 성공 이면에는 충격적인 ‘죽음의 계곡’ 미팅이 있었다.
미팅 당일 먼저 각 섹션의 책임자가 한 방에 모인다. 방의 중앙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고, 참석자는 한 명씩 교대로 그 의자에 앉는다. 나머지 멤버는 그 의자를 둘러싸듯이 원형으로 배치된 의자에 앉는다. 미팅이 시작되면 중앙에 앉은 팀 멤버를 향해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지적한다.
지적을 받은 참석자는 반론해서는 안 된다. 해도 되는 말은 오직 한 마디, “고맙습니다”뿐이다. 이 미팅에서는 상사도 부하도 없다. 부하직원도 아무렇지 않게 상사의 ‘이런 점이 좋지 않다’, ‘이런 점이 나쁘다’고 지적한다. 이런 신랄한 미팅의 까닭을 묻자 크라네퍼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팀을 활성화하려면 먼저 내부의 의사소통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에게 본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심한 말을 하면 당장은 분위기가 어색해지지만 인신공격이 아닌 솔직한 피드백이라면 멤버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결해야 하느냐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도 이런 미팅은 필요하다.”
마치 사회주의의 자아비판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책에 따르면 이 미팅을 통해 팀이 실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비판이 인신공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한 덕분이다.
미팅이 인신공격으로 변질되지 않은 이유도 칭찬할 때나 비판할 때 ‘배려심이 있다’거나 ‘노력가다’, ‘그릇이 크다’ 등 인격에 초점을 맞추는 동양권 문화와 다르기 때문이다. 역할에 맞춰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하며 행동했는지, 그 보상으로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관찰하고 평가하는 문화적 차이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