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카르페 디엠carpe diem’.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이 말을 자주 들려주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영화에서는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쓰였다. 이 말과 함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도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로마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마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다.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보다>(문학동네. 2014)는 작가의 눈에 포착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메멘토 모리와 관련된 흥미로운 풍습을 알 수 있다.

"로마인들은 화려한 연회를 열 때마다 노예가 은쟁반에 해골바가지를 받쳐 들고 손님들 사이를 지나다니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 같은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게 연회의 흥을 더 돋우었기 때문이다. 해골바가지를 보면 술맛이 더 났던 것이다.
로마인들은 변태였나? 아니다. 지금도 그 전통은 핼러윈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날이 되면 해골과 좀비 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죽은 자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셔댄다. 핼러윈의 상징, 속을 파내고 불을 밝힌 호박은 즉각적으로 해골바가지를 연상시킨다.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해진다. 로마인들은 이천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p.90~p.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