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우리는 보통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들으면서 수평적인 시간을 보낸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에서 ‘하늘과 나와 땅이 만나는 수직적 사유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독방에서 20년 간 주로 했던 것은 바로 ‘추체험追體驗’이다.
<처음처럼>(랜덤하우스. 2007)은 삶을 사색하고 뒤돌아보게 하는 잠언 형식의 글을 서화와 함께 엮은 에세이집이다. 사색에 대한 ‘과거의 추체험追體驗’이란 글이 감동을 준다.

"과거를 다시 체험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재구성하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대면하는 일입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과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세세히 추억하는 긴긴 겨울밤을 좋아합니다.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일들을 건져내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담겨 있는 의외로 큰 의미에 놀라기도 하고, 극히 개인적인 사건으로 알았던 일에서 넘치는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만나고 헤어진다는 일이 정반대의 의미로 남아 있는 경우도 없지 않아 새삼 놀람을 금치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에서 만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의 이러저러한 지금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겨울밤의 사색은 손 시린 겨울 빨래처럼 마음 내키지 않은 때도 있지만 이는 자기와의 대면의 시간이며, 자기 해방의 시간이기 때문에 소중히 다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를 파헤치지 않고 어찌 그 완고한 정지停止를 일으켜 세울 수 있으며,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고서 어찌 새로운 것으로 나아갈 수 있으랴 싶습니다." (p.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