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파산>(김의경.민음사)은 부모의 빚 때문에 파산신청을 하고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작가의 빚에 시달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제 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작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청춘 파산>은 ‘2014년, 아르바이트생 구보 씨의 일일’로 읽힌다. 서울특별시 곳곳의 동네 이름으로 짠 목차에서 짐작하듯, 주인공은 매일 봉고차를 타고 다양한 거리에서 상가수첩을 돌린다. -'은희경외' 심사평
이 소설의 구성은 특이하다. 사당동, 신림동, 청담동....개포동까지 11개의 서울 시내의 이야기가 나온다. <구보씨의 일일>이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여행이라면 이 소설은 먹고 살기 위한 알바여행이다. 주인공이 상가수첩을 돌리면서 방문하게 되는 동네마다 지명에 대한 얽힌 역사적 이야기도 양념처럼 들어 있고 동네마다 얽힌 주인공의 추억과 사람들 이야기가 전단지 끼우듯 끼워져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제 봉지만 보아도 토할 것 같아’
인주가 상가수첩을 봉지에 담으며 하는 이 말은 알바에 지친 젊은이들을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녀가 십 년 넘게 거쳐 온 아르바이트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사탕 포장, 커피전문점, 가발점, 고시원 총무, 커피체험단, 백화점 점원등등. 그녀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그녀가 알바를 하게 된 건 파산신청을 한 부모님의 남은 빚을 받으러 대부업자들 때문이다.
‘20대가 가장 시간이 안 가는거야.’ 인주는 기사아저씨가 한 말을 떠올린다. 지나고 나니 청룡열차를 탄 듯이 순식간이지만 당시에는 하품을 수도 없이 하고 하릴없이 낙서도 많이 했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길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길 위에 내려 놓아주긴 했지만 아무도 지도를 던져주진 않았다. -175쪽
인주에게 '빚독촉장' 대신 누군가 ‘삶의 지도’를 던져주었다면 인주의 삶이 행복하진 못해도 이리 고달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길을 안내해주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상가수첩처럼 청춘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삶의 지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든 현실에서도 인주를 버티게 하는 건 바로 <달과 6펜스>의 주인공처럼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빚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리고 사는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행복한 그녀이다. 인주는 고된 알바를 하면서도 차창 밖으로 이어진 골목과 골목, 길과 길들이 수없이 뻗어 나가는 난을 닮았다. 수백 개의 봉지를 짧은 시간에 담으면 손목이 시큰해지는데 난은 수십 장을 쳐도 손목이 아프지 않았다.
저자는 이 <청춘파산>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스스로 어쩔 수 없이 내몰린 사람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법은 운명에 저항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빚더미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당선소감 중에서 <이수진 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