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폭
생각의 폭
  • 함기수
  • 승인 2011.10.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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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리치]2000년대 초 필자는 중국 산둥(山東:산동)성의 칭다오(靑島:청도) 지사장으로 있었다. 당시 칭다오 지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한국의 석유화학제품을 중국 시장에 파는 것이었는데 당시 우리는 본사로부터 합성섬유의 원료가 되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플로필렌(PP)의 판매처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원료를 사용하여 실을 뽑아 직물을 짜는 중합(重合)공장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산동성의 한 시골에서 막 신설하고 있는 공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들어간 그 공장이 향후 필자와 칭다오 지사에게 얼마나 보물 같은 존재였는지 당시로서는 알 턱이 없었다.

보통 직물 공장의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그 공장이 가동하고 있는 직기가 몇 대나 되는 지로 가름한다. 필자는 지금도 당시, 워터제트 직기 4,000대라고 무심하게 얘기하던 시골 공장장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최신 직기인 워터제트 4,000대, 우리 기준으로 100대만 되면 대규모 직물 공장이고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500대가 넘지 않았던 시절, 산동성 시골의 직물 공장 직기가 4,000대라..우리는 우리의 생각의 폭을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중국의 한 중견 기업 인센티브 관광단 11,200명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1996년 설립되어 주로 건강,피부 미용과 일상 생활용품을 생산 판매하여 연 매출 30억 위안 (5,000억 여원) 정도를 올리는 바오젠(寶健) 그룹이 그들인데, 동시에 10,000명이 넘는 인원을 해외 관광단으로 결성한 그들의 발상 자체가 우리로서는 놀랍다. 11,200명은 점보 제트기인 보잉 747로 환산하더라도 동시에 2~30대가 실어 날라야 할 인원이다. 이들이 제주에서 사용하는 숙박시설은 16개 호텔의 객실 1만6,560 실이고 음식점 14곳을 예약했으며 관광 버스만 해도 하루 35대씩 총 490여대를 동원했다고 한다. 추산되는 경제 효과만 하더라도 914억 여 원에 이른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2010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180만 명이었다. 제주도 뿐만 아니라 명동이나 웬만한 특급 호텔에는 온통 중국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설악산 단풍 구경을 다녀온 직원 한 명이 단풍보다 중국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더라는 엄살을 하는 지금이 200만 명을 넘지 않고 있다. 2010년 5,000만 명을 넘긴 중국 관광객 수는 2020년 1억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친숙한 한국을 이 중 10%만 방문하더라도 1,000만 명 ...이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들 생각의 폭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산동성 내 칭다오(靑島)에서 옌타이(烟台)까지는 보통 승용차로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두 군데 다 우리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서 한국에서 오는 출장자들이 칭다오에 들렀다가 옌타이로 많이 들 가게 되는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3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그렇게 많이 걸리냐고 놀란다. 같은 산동성이고 바로 이웃한 도시로 알았던 그들로서는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KTX로 가면 2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생활권의 사람들에게 3시간이라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에게 3시간이 길다고 한다면 이는 사치이다. 중국에서 보통 버스로 여행을 하거나 출장을 다니는 경우 10시간에서 20시간을 계속 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버스 안에 침대가 있어 버스 안에서 잠을 자고 생리 현상도 버스 안에서 해결한다. 같은 거리,같은 시간이라도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는 그 느낌이 다르다. 중국 사람들과 우리들의 거리 개념,시간 개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생각의 폭은 어쩔 수 없이 커온 환경과 보고 들은 삶의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요즘은 좀 달라졌겠지만, 아이들에게 집을 그리라고 하면 도시의 아이들은 상자 모양으로 그리고 시골아이들은 초가집 모양으로 그린다고 한다. 풍경화를 그리라고 하면 호남평야의 아이들은 평평한 들판을 그리고 강원도 아이들은 아무래도 산을 그릴 수 밖에 없다.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이다. ‘세계화’의 시대에는 ‘세계화’에 걸 맞는 ‘세계인’으로서의 자질이 요구된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머리 속에 자기만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지도가 편협하게 치우친 자기 만의 지도라면 그 폭을 넓혀야 한다. 독도를 지켜야 한다고 교육 받은 아이와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아이의 생각의 폭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애국심은 세계를 아우르는 생각의 폭과 거기에서 나온 균형 감각에 의한 것임을 필자는 믿는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함기수 칼럼니스트 / 세계화전략 연구소(www.bestgsi.com )자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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