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데일리] 칼럼니스트 조용헌의 한탄이다. 17세기 초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꽃피웠던 살롱문화. 토론과 더불어 작품 낭독, 비평이 자유롭게 오갔던 자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짐이 아쉬운 나머지, 그가 직접 살롱을 차리고 나섰다. 물론 책을 통해서다.
신간 <조용헌 살롱>(랜덤하우스. 2006)은 현재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칼럼을 모아 엮은 것. 책은 한국인의 9가지 정체성(문(文) 사(史) 철(哲) 유(儒) 불(佛) 선(仙)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을 통해 바라본, 우리 삶의 안과 밖을 담아내고 있다. 독자에게 생각의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쌍방향소통을 꾀하는 살롱문화와 일맥상통한다.
먼저, 저자가 제시하는 ‘팔자 바꾸는 6가지 방법’부터 살펴보자.
비방은 간단하다. 첫째 적선을 많이 하고, 둘째 눈 밝은 스승을 만나며, 셋째 하루에 100분 정도는 매일 빼놓지 않고 명상을 하면 된다. 넷째 명당에 음택(陰宅. 묘터)이나 양택(陽宅. 집터)를 잡는 방법도 있으나, 전 국민의 60퍼센트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대다 보니 실현이 어렵다.
가장 쉽고 경제적인 건 역시, 다섯째 ‘독서’다. 조용헌은 “책을 읽으면 자신에 대한 성찰이 생긴다”고 말한다. 10년 이상의 감옥 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도 독서하는 습관에서 길러진단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하는데, 이는 ‘독서와 항심’이란 칼럼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운세가 좋지 않을 때는 독서가 하나의 방안이라고 한다. 홀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독립불구’(獨立不懼. 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음)하고 ‘둔세무민’(遯世无悶. 세상과 떨어져도 근심이 없음)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독서 습관에서 나온다고. 조용헌은 이를 몸소 증명하는 인물로, 중세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관이었던 마키아벨리를 들고 있다.
마흔셋의 나이에 반체제 사건에 연루되면서 잘 나가던 인생이 곤두박질친 마키아벨리. 직장에서 잘리고, 10년 봉급에 해당하는 액수의 벌금을 물었는가 하면, 감방 생활까지 거쳤다. 피렌체에서 쫓겨나 시골에 머물게 된 그는, 밤이 되면 흙으로 더러워진 평상복을 벗고 관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독서에 몰입했다고 한다.
만약 마키아벨리에게 책이 없었다면, 이 시절에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다시, 팔자를 바꾸는 방법으로 돌아가보자. 책에 실린 마지막 여섯째는 자신의 명리(命理)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팔자에 재물복이 없는 사람은 월급쟁이가 최고이다. 자신의 팔자를 대강 짐작하면 쓸데없는 과욕은 부리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분수를 알라는 이야기다. 주어진 팔자에 순응하는 태도가,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는 일보다 경제적이라는 뜻이겠다.
조용헌이 책 서문에서 밝혔듯, 그는 “이야기꾼의 사명을 띠고 이 세상에 온 모양”이다. 저자가 건네는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흥미롭고,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책과 독자의 대화가 끊이지 않으니, 이 정도면 열 ‘살롱’ 부럽지 않겠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