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핵심인 밸류업 공시가 가동된지 두 달이 돼 가고 있지만 아직 자율적으로 공시에 나선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가 상승 또는 주주환원 강화가 기업가치 제고라는 시각에서 밸류업 여력이 있는 종목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사 2581개(코스피 842개·코스닥 1739개) 가운데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장기업 수는 총 9개(코스피 6개·코스닥 3개)다. 참여율은 코스피 상장사가 본·예비 공시 각각 0.35%로 합계 0.71%며, 코스닥 상장사 참여율은 본 공시 0.06%, 예비공시 0.12%, 합계 0.17%다. 전체 참여율은 본 공시, 0.15%, 예비공시 0.19%, 합산 0.35%다.
밸류업 공시는 지난 5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첫날 KB금융이 예비공시를 발표해 '밸류업 1호' 타이틀을 가져갔고, 다음 날인 28일 키움증권이 상장사 가운데 최초로 기업개요와 사업현황, 기업가치 제고 목표와 계획 수립, 이행평가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공시했다.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등 3곳이 본 공시를, KB금융, DB하이텍, 우리금융지주 3곳이 예고공시를 낸 상태다. 코스닥시장에선 에프앤가이드 1곳이 본 공시를,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2곳은 예고공시를 각각 공개했다. 하반기 들어 밸류업 공시를 낸 기업은 메리츠금융이 유일하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밸류업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 제시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지난 11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밸류업 정책 관련주 28개 종목을 추출한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이들 기업은 올 들어 자사주를 매입했거나 소각한 기업을 대상으로 밸류업 대응이나 여력이 있는지 검토한 뒤 정령, 정성적 기준을 적용해 선정됐다.
세부적으로는 현대차, 기아차, 피에이치에이, 현대모비스, 현대공업, 리노공업, 파크시스템스, DB하이텍, 고영, 테스, 삼성물산, DL이엔씨, 현대건설, KCC, 수산인더스트리, 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세진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현대글로비스, 유한양행, 종근당, 셀트리온, HK이노엔, 신세계, 현대백화점, 서부T&D, 영원무역홀딩스 등 28곳을 제시했다. 이 중에서도 15곳 남짓은 '밸류업 정책에 관심이 높고 대응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했으며, 주주환원 의지나 여력이 높거나 또는 업황 및 실적 개선세 등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산업분석팀장은 “밸류업의 출발점이 '기업가치 정상화'라는 점을 상기하면 밸류업은 기업의 주가가 상승 또는 환원율을 높여 이뤄질 수 있다”며 “회사별로 시차는 있겠으나 자신이 밸류업을 시행할 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고, 주가 상승이든 주주환원이든 어느 방향으로 여력과 있는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KB증권이 추천한 12개 종목도 눈길을 끈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12일 저평가 대형 우량주의 가치 상승 전망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하나금융지주, 기아, 삼성물산, GS, KT, 삼성화재, 키움증권을 제시했다. 세법과 상법개정, 외국인의 한국 증시 참여 비중 확대 등이 1400만명으로 급증한 개인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가계자산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도 기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자본시장 선진화 대책 발표에서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게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 등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책을 구체화한 바 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현재는 정부 정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대형주 중심의 비중 확대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되며, 기업의 변화에 발맞춰 투자자들의 동참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밸류업 정책과 관련해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 대표적인 수혜주로 주목받는 금융주의 밸류업 추가 공시에 대한 주목도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주주환원과 자본효율성을 제고하는 기업으로 구성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4일 메리츠금융지주가 28페이지 분량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이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이례적으로 호평했다.
포럼은 “목표 및 절차가 명확할 뿐 아니라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비용, 자본초과 수익, 밸류에이션 등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A+ 학점을 부여한다”며 “주주평등 원칙 천명한 메리츠금융에게 모든 상장사 배워라”라고 했다. 또한 “JP모건 시총이 840조원”이라며 “마찬가지로 상장사들이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거버넌스 개선시켜서 메리츠금융 PBR 1.7배 까지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된다면, 지수 4200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준 국내 증시 시총은 코스피 약 2321조원, 코스닥 약 405조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