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데일리] 현재 우리 경제는 어지럽게 얽히고 헝클어진 상태, 즉 ‘난마(亂麻)’와 같다. 명쾌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부키. 2012)는 장하준이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토론한 대담집이다.
장하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서로 이미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또한 2005년 정승일과의 대담집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한국의 사회적, 경제적 대안으로 복지국가를 내세운 바 있다.
그들이 말한 복지는 단순히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 생계나 잇게 해 주자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물론 기초생활 보장도 포함하는 의미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기업의 혁신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도 복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제시했다는 것.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생뚱맞게 뭔 복지국가냐’는 말들을 했고, 그들은 ‘미쳤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p16)
헌데 지금은 지식인과 정치인을 불문하고 복지가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이에 저자들은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몰락 등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한국 경제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복지국가를 제시한다.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연장선에서, 우리 사회의 왜곡된 복지 개념을 바꿔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 양쪽을 비판한다.
복지국가를 내세우는 것에 대해 여전히 적잖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복지라는 말만 나오면 ‘왜 생산은 않고 분배만 하려 드느냐’는 보수 쪽의 시각도 있다.
“정승일 : 진정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 고도화를 바란다면 노동자들의 삶을 공적으로 보장하는 장치, 즉 복지국가가 필요한 겁니다. 실직해도 큰 문제없이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수준의 실업수당은 기본이고, 더 중요하게는 사양 산업에서 방출되는 실직자들이 새롭게 고도화된 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전직 훈련도 제공되어야 하고요. 그 비용도 실직자 본인은 감당하기 힘드니만큼 복지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재취업 교육을 시켜서 다른 회사나 산업으로 이어주는 거죠. 이런 게 바로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입니다.” (p334~p335)
오늘날은 산업이 기술적으로 고도화되어 있어 직종을 바꾸는 경우 상당 기간 재교육이 불가피하다. 이를 감당할 국가적 대책이 없다면 경제 전체의 산업 고도화는 아주 힘들어 진다는 것.
덴마크나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신자유주의 성향이 농후한 다보스 포럼에서 조사하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설문 조사에서 매년 1 ~ 5등을 차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복지국가의 특징 중 하나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고 저자들은 역설한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만 골라 시혜를 주듯 지원하는 미국, 영국식 복지를 ‘선별적 복지’ 또는 ‘잔여적 복지’라 칭하며, 생산과 복지가 긴밀히 연결되어 선순환하는 ‘생산적 복지’와 구분한다. 생산적 복지를 시행하는 나라는 북유럽, 독일 등이다. 여기서는 극빈자들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모두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이다. (p337)
즉, 보편적 복지란,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지 않도록 마땅히 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가 있다는, 시민권에 기초한 복지 개념'이라는 것이다. (p340) 이러한 생산적 복지, 보편적 복지를 실행하자면 당연히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장하준 : 저는 진심으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정치인이라면 국민에게 증세가 필요하다고 적극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략)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게 국민이 각자 시장에서 따로 사던 물건을 국가가 공동 구매를 통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되거든요. (중략) 세금을 ‘빼앗기는 돈’이 아니라 ‘같이 쓰는 돈’으로 보고 복지 지출을 ‘공짜’가 아닌 ‘공동 구매’로 보면 증세를 말하기가 쉬워집니다.“ (p360)
공동 구매의 장점은 국민건강보험을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약국에서 의약품을 사는 것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같은 정부 기관이 직접 제약 회사와 협상해 구매하는 편이 훨씬 싸다. 이런 원리는 교육, 노인연금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알려진 스웨덴 시스템도 결코 평탄하게 실현된 것이 아니다. 반세기 이상 온갖 정치, 경제적 논쟁과 대립을 극복하고 국민의 힘을 모아 형성한 것이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발전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저자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은 우리의 경제 현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 앞으로 우리 경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고 답한다. 이제 우리도 10년 뒤, 20년 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해 볼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