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가난했고 초등학교만 나와 글쓰기 지도를 받은 적도 없지만, 문학을 향한 열망만큼은 누구보다 컸던 사람. 평생 병마와 싸우면서도 삶의 흔적을 글로 남기려 노력한 아동문학가 고(故) 권정생 선생의 11주기다.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산처럼.2018)은 그의 삶과 문학을 그린 전기로 17일 11주기를 맞아 출간됐다. 전기를 집필한 이충렬 전기 작가는 권정생 선생의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2년여에 걸쳐 권 선생의 지인 30여명을 인터뷰하며 삶과 작품의 발자취를 좇았다.
권정생 선생은 1969년 동화 <강아지똥>으로 월간 <기독교 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이 무겁고 어둡다는 평도 있지만, 신데렐라나 키다리아저씨처럼 누군가의 일방적인 도움에서 비롯된 희망이나 아름다움만 추구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전쟁과 분단, 가난과 폭력 등 현실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그 속에 희망과 사랑, 가난과 폭력에도 희망과 인간성을 버리지 않는 ‘나’와 ‘이웃’의 이야기가 있다. 서로 보듬고 나아가는 힘이 아이들의 삶에 꼭 필요한 덕목임을 일깨우는 작품들이다. 늘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따뜻함으로 보듬는 글을 써왔다.
이번 전기는 권 선생 문학의 시작과 같은 최초의 발표작 <여선생>을 발굴해 소개했고, 전쟁과 분단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한 소녀를 그린 <몽실언니> 등이 어떤 내면세계를 거쳐 작품으로 탄생했는지 세밀하게 파헤친다.
특히 널리 알려진 아동문학가 이오덕과의 친밀한 관계 외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권 선생의 사랑에 관한 내용도 실렸다.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 여인을 오랫동안 만나며 친구처럼 지냈다는 이야기다.
현실에 발을 딛고 희망, 사랑, 평화의 가치를 전했던 권정생 선생의 생애와 작품을 좇다 보면 그의 신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남긴 수많은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