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석구석 뛰어난 시적표현
책 구석구석 뛰어난 시적표현
  • 유현수 시민기자
  • 승인 2010.11.01 1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의 실종은 누구의 잘못인가?

[북데일리] 카미유 로랑스의 새 장편소설 <당신도 나도 아닌>(2010, 문학동네)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고전, 뱅자맹 콩스탕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아돌프>(1815, 자전체 소설)를 현대적 배경으로 데려와 그녀 자신의 삶에 겹 대어 본다. 

구성은 다소 실험적이다.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주고받은 메일을 토대로 전개되는데 내용이 다소 토막 나 있다. 마치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암시라도 하는 듯.

책 구석구석에서 발견하게 되는 뛰어난 시적표현들은 이 책의 백미다. 독자는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듯, 황홀감마저 느낀다.

“사랑은 끝날 때처럼 시작되고, 시작되었듯이 끝나요. 허전함 이상으로 가슴을 죄는 두려움, 숨이 끊어질 것만 같은 질식 상태에서 구조를 요청하듯 헉하고 벌어지는 입, 공기를 불어넣고 내뱉는 이완되고 수축되는, 뜨겁고 찬 내면의 아코디언, 바람 빠진 펌프의 움직임에 의해서 말이죠.” P28

로랑스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이 불가능해지는 책임이 남성의 ‘사랑 불능성’에 있다고 토로하는데, 이는 불만이다. 남성들 대다수가 자기표현에 서투르고 타자성, 즉 여성을 두려워하긴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 여성 나름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탐욕스런 여성은 남성으로 하여금 사랑에 지치게 만든다.

소설 속에 작가의 이미지가 투영된 화자, 엘렌도 다소 집착에 가까운 탐욕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영화감독인 아르노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탐욕을 느낀다.

‘나는 애써 게걸스러움을 감추면서 눈으로 당신을 먹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먹는다. 당신의 얼굴은 남성적이고 정열적이어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중략) 당신의 입은 정말 아름답다. 그 입이 내 것이면 좋겠다. 당신이 내 것이라면 좋으련만. 당신과 나만 남고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P58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이 여성의 사랑은 결코 순탄치 못하겠구나 하는 직감을 누구나 갖지 않겠는가? 하물며 사랑하고 있는 타자성, 즉 남성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물론 그런 것을 즐기는 남성도 있겠지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