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을 뽑자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있다. 연암이 청나라로 여행하는 동안 쓴 기행문이다. 하지만 열하일기를 단순히 가벼운 기행문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열하일기에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해학이 담겨있다. 또한 열하일기 한 권으로 18세기 중국 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고전의 특성상 어려운 한자어와 이를 국문으로 옮겼을 때의 어색함 때문에 읽기 쉽지 않다. <열하일기>(보리,2010)는 북녘 학자 리상호가 처음 완역한 <열하일기>를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보리편집부가 다시 다듬은 책이다.
박지원은 당대에 문학, 철학, 사회 사상, 행정, 과학, 음악 등 다양한 학문에 지식이 깊었다. 이러한 그의 특징이 해학과 함께 그의 기행문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중 박지원이 탑을 보면서 옛 시를 외는 부분이 있다.
[ 강성이 보인다고 사공이 손짓하자 뱃머리에 솟은 탑이 보는 동안 더 커지네.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시를 모를 것이다. 그림에는 농담법과 원근법이 있다. 오늘 여기서 탑 그림자를 보니 시가 그림의 뜻을 잊지 않고 있음을 또렷이 알겠다. 성이 멀고 가까운 것은 다만 탑의 길이로 짐작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박지원은 청나라로 가는 동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연암의 여행을 도운 마부 창대부터 중국의 황제까지 그들의 신분은 다양하다. 그렇기에 만남 또한 재미있다. 여행기 특유의 생동감은 이 책의 매력을 한 층 더 높여준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해 각색되었지만 그 동안 열하일기가 어려워서 읽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