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밥·국·반찬을 한꺼번에 먹을까?
한국인은 왜 밥·국·반찬을 한꺼번에 먹을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1.18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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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식사 방식에는 문화가 스미기 마련이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2018.휴머니스트)는 식사 방식에 스민 한국의 문화코드와 음식문화사를 살핀다. 더불어 중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비교를 통해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 한국인만의 특수한 것인지 인류 보편적인 문화인지 고찰하는 책이다.

이를테면 ‘한국인은 왜 밥·국·반찬을 한꺼번에 먹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는 주식에 따라 상차림이 달라져서라 설명한다. 주식에 해당하는 음식은 일차적으로 배를 부르게 할 목적으로 간이 되어 있지 않은 곡물이 문화권에서 고기나 생선, 채소 등의 부식을 함께 먹어야 식욕이 생겨서다.

밥+국+반찬 상차림 구조는 고대 중국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자의 <예기>에 등장하는 ‘반채갱(飯菜羹)’이 등장하는데 이는 밥과 반찬, 국을 뜻한다. 이 같은 상차림 구조는 밀 농사가 도입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원전 1세기경 중국 지배층에 밀가루 음식인 분식이 유행하며 만두나 국수가 등장해서다. 만두에 고기나 채소가 포함되어 반찬이 필요 없고 국수에 물을 넣고 끓이니 국도 마련할 이유가 없다.

여전히 우리 문화에 밥+국+반찬 상차림이 남아 있는 이유는 한반도의 식생 환경이 중국 대륙과 달라서다. 한반도의 남쪽에서는 주로 벼와 보리가 재배되었고 2모작을 통해 가을에 벼를 초여름에 보리를 수확하며 곡물을 1년 내내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밀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어 밥+국+반찬의 식사 구조가 지속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신발을 벗고 방에서 식사하는 이유, 어쩌다 식사 후에 꼭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생겼는지, 반주는 왜 하는지 등 흥미로운 내용을 실었다. 420페이지가 넘는 묵직한 책이지만, 무게감에 비해 가속도가 높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저자만의 문체 때문이다. 딱딱할 수 있는 음식문화사를 궁금증이 생기는 질문으로 시작해 역사적 사료에 담긴 복선을 재구성하는 등 직소 퍼즐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책에 따르면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은 한국인의 독특한 인사문화에는 사람과 동물을 구분 짓는 특징이 숨어 있다. ‘함께 먹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생물학적인 영양섭취가 아니라 ‘친교’와 ‘유대’를 전제로 해서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혼밥혼술이 주는 힐링도 달콤하겠지만, ‘함께 먹는다’에 전제된 친교와 유대가 점차 잊히는 것만 같아 아쉬운 요즘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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