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읽다> 김정희, 이호형 지음 | 책읽는귀족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단지몽(邯鄲之夢)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한단에서 꾼 한바탕 꿈’이란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한바탕 꾸고 나면 사라지는 꿈에 비유한 말이다. 꿈을 심리학으로 읽는 <꿈을 읽다>(책읽는귀족.207)에 그 유래가 실렸다.
‘당나라 때 여씨 성을 가진 도사가 한단으로 가는 도중 노생이라는 젊은이를 주막에서 만났다. 노생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며 한창 신세 한탄을 늘어놓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도사는 양쪽에 구멍이 뚫린 도자기 베개를 내어주었다. 잠든 노생은 꿈속에서 최 부잣집 딸과 결혼해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나아간다. 순조롭게 승진하던 중 재상의 투기로 좌천이 되었다 다시 복귀하고 마침내 재상에 이른다.
10년이 흐른 어느 날 모반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사형을 면하고 유배된다. 수년 후 무고함이 밝혀지고 높은 벼슬을 받아 부귀를 다 누리고 행복한 만년을 보냈다. 노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잠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자기 옆에는 여전히 늙은 도사가 앉아 있고, 주막 주인이 짓고 있는 기장밥은 여전히 다 되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노생의 표정에 도사는 웃으며 말했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라네”’ (본문 중), 일부 수정.
이 이야기는 당나라 심기제가 쓴 <침중기>라는 전기소설 가운데 나오는 이야기다. 주모가 끓이던 기장밥이 채 익지도 않은 짧은 시간에 일생의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경험해 깨달음을 얻었던 노생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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