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도 일어나는 ‘인셉션’
일상에서도 일어나는 ‘인셉션’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1.0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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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생들이 꼽은 최고의 SF> 고기영, 고은경, 장규선 외 카이스트 학생들 지음 | 살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카이스트 재학생 29명이 모여 자신을 성장시키고 과학의 길로 안내한 SF 작품을 모아 <카이스트 학생들이 꼽은 최고의 SF>(살림.2017)를 펴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과학 하는 틈틈이 쓴 내용은 짐작보다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이를테면 전산학부 설윤아 학생은 2010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인생 영화로 꼽으며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화 속 인셉션은 상대방의 꿈, 무의식에 침투하여 생각을 심고 꿈에서 깬 이후에도 그 생각이 유지되도록 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타인에 의해 주입된 생각이 마치 자기 생각이라 여기는 일이다. 지역감정,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성적에 맞춘 진로 선택, 오보와 편협한 주장이 난무하는 뉴스 등은 영화에서 다룬 ‘인셉션’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신소재공학과 고은경 학생은 2014년 개봉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를 통해 인공지능의 개발 방향성과 기대와 우려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음성 인식 인공지능 서비스가 널리 상용화되어 단말기 운영체제와 대화하며 일을 처리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컴퓨터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며 사랑에 빠지지만,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고은경 학생은 실제 최근 영국 유명 마케팅 기업이 진행한 한 실험 결과를 통해 이런 설정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 말한다. 실험 참가자 4명 중 1명꼴인 26%가 음성 인식 인공지능 목소리에 성적 환상을 느꼈고, 참가자의 37%는 음성 비서가 실제 인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을 그저 편리의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소비하는 대상으로 여긴 것.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짚었다. 가령 무인자동차 상용화에 앞서 예기치 못할 사고 발생 시 운전자를 보호할 것인지 보행자를 보호할 것인지 등 윤리적인 딜레마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지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해 주는 IBM사의 의료용 인공지능의 ‘왓슨’ 사용의 논란도 언급했다.

이 밖에 그림책 <마지막 거인>과 소설<스마트D>에서 사명과 책임을 고민하고 <아이언 맨>의 최첨단 슈트가 생성하는 전력량을 계산하거나 <설국열차>의 마지막 칸의 주식 ‘단백질 블록’을 통해 식용곤충에 대해 사유한다. SF의 상상력과 과학기술을 자신의 이야기, 사회 문제, 연구 거리 등으로 이어져 저마다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창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할 청소년들에게 카이스트 학생들의 다양한 시선은 도움이 될 법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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