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차에 새똥이 많이 떨어지는 까닭?
흰색 차에 새똥이 많이 떨어지는 까닭?
  • 북데일리
  • 승인 2005.07.0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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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의 부산 사직구장 경기가 연일 TV중계 방송 된 일이 있다. 올들어 꼴찌를 도맡던 롯데의 선전으로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 TV로 경기를 시청하면 부산팬들이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며 홈팀을 응원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부산의 명물 `부산 갈매기`를 연호하는 팬이 흰색 차를 가지고 경기장을 찾았다면 `부산 갈매기`를 조심해야 한다. 새들은 자신의 색깔과 같은 빛깔의 차에 배설물을 실례하기 좋아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갈매기처럼 하얀 새들은 자신과 비슷한 흰색 차를 위협으로 느끼거나 경쟁자로 간주해 확실한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 교육대학원 교생 40명이 브리스톨 지역의 자동차 1,760대를 조사한 결과 갈매기로부터 5번 이상 분비물 세례를 받은 흰색차가 60%를 넘었다.

갈매기 서식지로 유명한 브리스톨 지역에서는 흰색 차뿐 아니라 흰 옷을 입은 사람들도 갈매기의 공격대상이다. 집단 서식을 하는 조류의 경우 자신의 영토에 대해 방어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어 부리와 발로 대상을 공격할 수 있고 배설물까지 공중 투하한다.

조사팀장을 맡은 처드 해리는 "왜 흰색차가 더 많이 배설물 공격을 받는지 모르지만 조사결과 자체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단지 전문가들은 조류가 자신과 비슷한 색깔을 가진 대상에게서 위협을 느낀다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흰색 차를 가진 사람에게 갈매기는 애물단지일 수 있지만 문학 작품 속 갈매기는 인간에게 바닷가 낭만의 소재이자 인생을 빗대는 우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친숙한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은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어 스스로 무력하다고 느껴지거나, 삶에서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소망할 때 읽을 만한 책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보통 갈매기들과 달리 다른 세계를 추구하는 갈매기 조나단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날으는 것. 독자들은 살기 위한 이유를 갖게 된 조나단의 비상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인간의 모습을 본다.

갈매기를 소재로 한 또다른 흥미로운 우화는 칠레 작가 루이스 세뿔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2003. 바다출판사). 고양이에게 위협을 느낀 갈매기라면 배설물 폭탄을 투하하겠지만 이 책에서 고양이와 갈매기는 공존의 생명체로 등장해 `이전투구` `환경파괴`의 인간세계를 꼬집는다.

오염된 바닷물 때문에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 쓴 갈매기가 우연히 만난 고양이에게 알을 부탁하면서 새끼가 태어나면 나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유언`을 남긴 뒤 숨을 거둔다. 갈매기와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고양이의 여정이 펼쳐지고 그 여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의 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96년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이 작품은 그린피스 회원으로 활동하던 작가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인간이 저지른 환경파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쓴 것. 갈매기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낯선 존재들이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흰색 차를 가진 부산 롯데 팬들은 새 배설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면 `부산의 명물` 갈매기를 탓하지 말고 차 색깔부터 바꿔야 할 듯하다. (사진설명 = 책 일러스트 이억배)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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