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이 그리울 땐 '스킨십 수건'
엄마 품이 그리울 땐 '스킨십 수건'
  • 김지우기자
  • 승인 2010.06.20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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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상상력! 기발한 생각 ... 다양한 예비 발명품


[북데일리] '궁극의 상상력.' 책을 홍보하는 이 문구가 '상술'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얼마나 흥미롭겠는가. <발명 마니아>(마음산책. 20100)는 후자에 가깝다. 창의적 발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책을 읽으면서 '궁극의 상상력'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큭'하고 웃을지 모르겠다.

다만, 책 제목 <발명 마니아>가 주는 느낌- 다양한 발명가의 여러 발명품을 보겠구나-과는 약간 어긋날 수도 있다. 책은 일본의 저술가 요네하라 마리의 발명에 관한 에세이다. 발명의 범위와 상상력이 예사롭지 않다.

일단 목록은 호기심을 한껏 자아낸다. '저세상 사람을 찾아드립니다'이나 '유괴방지 기구', '눈빛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방법' 등 톡톡 튀는 제목이 즐비하다. 아니 좀 더 절실한 이슈-예컨대 대머리 예방법, 키가 커 보이는 방법, 새로운 페니스 확대법-도 적잖다.

고조된 기대감으로 제목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아보면 반응은 양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무릎을 치던가, 황당해 하던가. 분명한 결론은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이 도저히 말려질 성질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를테면 '휴대용 오줌 정화장치'가 있다. 장시간 어딘가에 갇힌 이들은 구조를 기다리며 오줌을 마셨다는 사례가 있다. 오줌 마시기는 논란을 동반하는 하나의 건강법이다. 오줌에서 나쁜 성분을 걸러내는 일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줌 정화장치는 말 그대로 배설된 오줌을 음료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마치 방독면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면 각종 재난에 효과적이다.

상상력은 끝이 없다. '연휴가 늘어나는 달력'처럼 일상의 사안에서 빈 라덴 체포법, 해수면 상승을 막을 방법과 같은 정치, 환경 문제까지 종횡무진이다. 

휴먼 쪽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가 해당된다. 우리는 엄마나 사랑하는 연인이 늘 곁에 있길 원한다. 그들의 품과 따뜻한 손(안마를 포함)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는다.

'적어도 더할 나위없는 소중한 존재가 해주는 스킨십을 기억만이라도 해서 충실히 재현할 장치를 고안할 수는 없을까?' 345쪽

그래서 도달한 발명품은 '스킨십 재현 수건'이다. 몸을 두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 각종 센서를 단다. 이 센서가 상대의 스킨십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재현한다. 발명품의 효율성을 떠나 발상 자체가 따뜻하다. 여기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위트를 잊지 않는다.

프로 안마사일 경우에는 아마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안마의 달인쯤 되면 저작권으로 떼돈을 벌 가능성도 생기지 않을까. 347쪽

엄마 품이 그리운 이들에겐 절실할 수 있는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책엔 발명적 상상을 저자가 직접 그린 듯한 일러스트가 나와 있다. 휴대용 오줌 정화장치는 물이 흐르는 파이프가 인체의 '가운데'로부터 목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수기 본체는 휴대용 도시락 같은 크기이며, 팔꿈치 뒤에 달려있다. 휴대용 컴퓨터를 묘사한 그림을 연상하면 된다.

작가는 엄격히 말해 발명 쪽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녀는 이미 세계 음식 문화를 인문학적 지식으로 새롭게 풀어낸 <미식견문록>과 하루 7권씩 읽어치운 책들을 기록한 서평집 <대단한 책>을 펴낸 바 있다.

이 책 <발명 마니아>를 읽고 나면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을 터이다. 상상력이란 남 보기엔 쉽지만 통섭적 지식과 통찰력이 없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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