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국내은행이 해외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지난해와 올해에 괄목한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해외금융사들에 비해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글로벌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융주간사, 상위 100위사 중 국내 금융사는 제로다. 그 이유로 금융사의 위험 투자를 회피하는 문화,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 여러가지 요인이 꼽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포화상태인 국내 인프라 시장에서 해외 인프라, SOC 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올해 큰 성과를 보였다. 수은은 국내 5개 건설사가 공동 수주한 쿠웨이트 CFP(정유설비 고도화 프로젝트) 사업에 10억달러(1조891억원)를 직접 제공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쿠웨이트 정유공사(KNPC)가 운영 중인 정유설비 2기를 현대화해 고품질의 경질유 제품을 생산할 이 사업은 규모가 145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국책프로젝트다. 아울러, 수출입은행은 지난 4월 중부발전·삼탄 컨소시엄이 수주한 인니 찌레본(Cirebon)2 화력발전사업에 PF방식으로 총 5억2000만달러 금융을 제공한 바 있다.
또 농협금융은 올해 미국 메릴랜드에 들어설 메타우먼 가스발전소 프로젝트에 금융주선권을 확보했다. 총 사업비는 11억 6,200만 달러, 우리돈 1조3,300억원선으로 농협은 현지에서 자금조달을 주선하고, 230억원도 직접 지분투자했다. 찌레본2발전사업은 인니 자카르타 동쪽 235km 찌레본시 인근에 1000MW 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해 25년간 운영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지난해 미얀마 폴리실리콘 시멘트 공장 건설에 7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결정하고 기관투자자의 자금조달 주선을 진행했으며, 일본 가고시마현, 구마모토현, 시마네현 3개 현장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PF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스미트러스트로부터 2000만달러 규모의 SOC 관련 호주 PF 대출 채권을 양수했고, 우리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500개까지 늘려 해외 PF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모 은행의 경우, 지난해 일본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프랑스 크레딧 에그리꼴 은행과 공동으로 미국 발전소 PF를 주선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IBK기업은행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있는 복합 화력 발전소 자금 재조달에 참여해 미국 발전소 PF주관기업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같은 성과에도 우리나라 PF 투자는 해외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금융연구원에 빠르면 PFI(프로젝트파이낸스인터네셔널)의 지난해 세계 금융주간사 순위에 따르면 상위 100위 내 국내 민간금융사는 하나도 없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18건, 20억달러로 29위를 기록할 뿐이다.
이와 관련해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해외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자금조달 능력, 사업 경험과 네트워크 등 사업역량, 한국 건설사의 해외 인프라 건설 수주 불안정, 장기 신규 사업 발굴에 불리한 국내 금융사의 수동적인 조직 문화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금융사의 자산규모는 세계 70위~90위에 머물러 있고, 사업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해외 인프라 PF에 대규모 자금을 배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유가 변동, 해외 은행과 조달금리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금융권은 위험회피 문화가 해외 인프라 투자 확대의 장애요인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인프라 시장 진출 관련 설문'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의 '위험회피 문화'가 해외 인프라 금융시장 진출을 막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윤석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의 순환보직형 인사 시스템 등이 해외인프라 투자와 같은 장기 성과를 목표로 하는 금융 서비스 경쟁력 축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