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운 책장수`
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운 책장수`
  • 북데일리
  • 승인 2005.12.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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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땅, 저주의 땅 아프가니스탄 한 가운데 서있던 한 책장수. 그의 이름은 ‘술탄칸’ 이었다.

“다음에는 무자헤딘이 책방을 쑥밭으로 만들고, 마지막에는 탈레반이 와서 다시 한번 책을 불태웠다오” (본문 중)

책을 뺏기고 불태움을 당하면서도 책 파는 것을 멈출 수가 없던 그는 여러 정권과, 검열과 맞서 싸우며 경찰의 눈을 피해 책을 숨겼고 그것 때문에 감옥까지 가야 했던 집념의 책장수였다.

탈레반 최고 지도층의 협박을 받기도 하고 문화부장관에게까지 불려가면서도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책을 구해다 줬고 탈레반의 출판물까지도 판매했다. 그는 ‘자유사상가’ 였다.

네덜란드 출신의 저널리스트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가 2001년 11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책장수 술탄칸과 그 가족의 삶을 다룬 <카불의 책장수>(아름드리미디어. 2005)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책’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했던 한 남자의 의지를 조명한다.

코란을 힘써 배우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출판물은 불필요하며 위험하다고까지 생각한 탈레반 정권은 이 책장수의 책을 불사르고 또 불살랐다. 그러나, 술탄칸은 누구나 ‘말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탈레반의 음울한 교리만이 아닌 역사, 과학간행물, 이슬람에 대한 연구물, 소설과 시 이 모든 것들을 팔고 싶어 했다.

단 한권의 책이라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구해다 주고 싶은 것이 소망이었다.

“당신네들은 내 책을 불태우고 내 삶을 짓밟고 내 목숨을 앗아 갈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만은 절대 파괴하지 못 할 거요”(본문 중)

탈레반 병사들에게 끌려가 고문을 당하면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그에게 책은 ‘생명’ 이었다.

술탄이 처음 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학창시절이었다.

책과 이야기에 깊이 매료되었던 그는 매우 가난한 집안형편에서 자랐다. 배우지 못했던 부모는 술탄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일했다. 자신을 믿고 기대하는 가족들을 위해 벽돌을 구우며 돈을 벌어 공부했다.

그러나 부모에게는 실제 받는 임금의 반만 받는다고 속였다. 책을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작은 책방을 열었고 무자헤딘과 공산주의자의 간행물을 똑같이 판매했다.

수집광이었기 때문에 일단 눈에 들어온 책이나 간행물을 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나중에 이윤을 남기고 팔기 위해서 악착같이 책을 모았다. 술탄은 고객이 원하는 책이라면 모두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지된 책은 계산대 아래에 숨겼다.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9.11 테러가 일어났고 두 달 만에 탈레반이 무너지자 그는 원하는 책을 마음껏 서가에 꽂고 판매 할 수 있었다.

책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폐해에 대해 논하는 대신 책을 사랑했던 한 남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고난 검열과 폭압아래서도 ‘발언’의 자유를 부르짖었던 한 책장수의 집념이 눈부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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