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미술부 북디자이너 문현정씨
민음사 미술부 북디자이너 문현정씨
  • 북데일리
  • 승인 2005.12.0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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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릴리 고양이 나무’를 심은 신비의 손

조용호의 소설집 <왈릴리 고양이 나무> (민음사. 2005)에서 신비스런 느낌의 표지디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북디자이너 문현정씨(27)는 경력 1년차의 신예다. 20여 작품의 북 디자인을 맡아 오면서 남다른 감각을 보여 온 문 씨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다 1년 전 민음사에 둥지를 틀었다. 그린 그림만큼 많은 소설을 읽은 그는 소설의 느낌과 쏙 빼닮은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번 작업은 각 단편마다 이미지 ‘도비라’를 줬어요. 소설에 ‘고양이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를 아세요?’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 부분을 읽고 여자를 고양이처럼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소설자체는 참 따뜻하지만 슬픔을 간직하고 있어요. 따뜻하지만 너무 부드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일러스트 자체가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남자 작가지만 문체가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들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 했습니다”

표지 캐릭터는 이런 산고 끝에 탄생했다. 작업에 사용된 수십여장의 다양한 시안들이 그 고심의 흔적을 말해준다.

“최종안이 결정되기 전 캐릭터는 너무 인도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평이 많았어요. 손도 너무 남성적이고... 바람에 날리는 듯한 느낌, 가느다란 눈, 달걀형의 얼굴에 포인트를 주며 다시 작업했습니다. 여자의 눈이 파란 이유는 고양이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고, 눈을 통해 여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죠. 소설에서 여자는 외로움이 많은 인물이에요. 남편이 죽은 후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주변에 고양이가 많아지고 이것을 ‘왈릴리 나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녹색톤의 따뜻한 컬러를 이용해 여자의 외로움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슬픈 사랑, 상처 입은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나무도 크고 울창한 나무가 아니라 아픔에도 불구하고 가시를 품고 있는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여자의 눈에 쓴 푸른 컬러, 가지가 아닌 ‘가시’처럼 여자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이미지는 소설 속 캐릭터가 가진 내면세계를 담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가녀린 서체 또한 직접 만들었다.

‘왈릴리 고양이 나무’ 외에도 <대산 청소년 문학상 수상 작품집>, , <19초>, <김현승 시선집>등 많은 작품들이 문 씨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짝퉁 게바라’ 경우에는 (웃음)이를 드러낸 체 게바라 그림을 넣을까 하는 고민도 했었어요. 청소년 작품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프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과 가능성 모두를 표현하고 싶었죠. 대상 받은 친구들 밖에 두드러지지 않아서 모두의 이름을 표지에 올리는 시도를 했고, 스펙트럼 컬러를 통해 다양성을 표현했습니다. 스티브 잡스 책 경우는 매킨토시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주력했어요. 일반적인 종이지만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종이를 선택했습니다. 양장본을 읽을 때 표지를 빼고 읽는 분들을 많이 봐서 책의 느낌이 잘 살아나도록 안쪽 커버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소설과 시를 좋아하는 문현정씨. 북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특유의 감수성도 필요하지만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이 말하는 내용을 표지가 정확히 담고 있는지에 중점을 둔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아직은 배울 것이 너무 많습니다. 북 디자이너가 되려면 무엇보다 책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사랑하지 않고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자기의 내적인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도 많이 연구해야 합니다. 모든 모티브는 자신이 찾아나가야 할 몫이니까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출판계가 필요로 하는 실력 있는 신예 아티스트의 멋진 행보를 기대해도 좋겠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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