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 있다? 불량한 직업사
직업에 귀천 있다? 불량한 직업사
  • 북데일리
  • 승인 2005.12.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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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과 이직 붐 가운데 ‘직업’ 선택을 두고 갈등한다면 <불량직업 잔혹사>(한숲. 2005)를 읽어볼만 하다. 책에 실린 세기의 불량직업들은 현재의 직장에 대한 감사와 직업 선택의 까다로운 기준을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

책이 꼽은 중세 최악의 직업 ‘축융업자’는 상상만으로도 거부감이 든다. 양털을 직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양에게 털을 깎아 빗질을 하고 방적하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이런 공정에 방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양털에 낀 기름을 빼지 않았는데, 이럴 경우 완성된 모직이 거칠고 헐렁하게 엉키기 때문에 기름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양모를 두드리는 축융과정이 포함됐다. 축융업자는 이를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축융공정은 양모를 세척해 직물을 연하게 한 다음 조직을 촘촘하게 만들고 양털을 밟아 서로 엉키게 만들어 풀리지 않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때 양털기름을 분해하기 위해 헐렁하게 엉킨 직물을 알칼리성 용액에 적셔야 하는데 가장 값싼 알칼리성 용액이 바로 썩은 오줌이었다. 축융업자란 이 원료를 수 갤런 구해야 했던 끔찍한(?) 직업이었다.

튜더왕조시대의 불량직업으로는 ‘변기담당관’을 꼽았다. 헨리 8세는 하루 두 번 20개의 접시를 비울 만큼 식탐이 대단했다.

결국 허리는 137cm로 불어났고 몸무게는 152kg를 육박했다. 마상창시합중 사고로 넓적 다리에 부상을 입자 궤양과 종기까지 겹쳐 몸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헨리의 고름덩어리를 처리하고 엉덩이를 닦는 것이 바로 변기담당관이 하는 일이었다. 변기 담당관은 궁정에서 추앙 받는 자리기도 했다. 고위귀족만이 왕의 궁둥이에 손을 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왕조시대의 불량직업으로는 ‘쥐잡이꾼’이 꼽힌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더러운 거리와 하수관에 들끓던 쥐는 골칫거리였다. 쥐 잡이 꾼들은 쥐를 몰아내고 쥐구멍에 독약을 채우는 대가로 약 4실링을 받았는데 산채로 쥐를 잡으면 마리당 3펜스를 받아 상당한 수입을 챙길 수 있었다. 주로 백리향 기름과 아니스 열매기름 냄새로 쥐를 유인하곤 했다.

책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직업을 꼽는 기준을 ‘고됨, 더러움, 낮은 보수, 위험, 지루함’으로 꼽고 있다. 다양한 직업들을 통과하는 풍성한 자료와 200여 컷의 실감나는 삽화가 문명 밑바닥에 존재했던 고단한 직업들의 수난사를 완성했다.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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