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귀한 '아귀' 한·중은 푸대접... 같은 재료 다른 느낌 한·중·일 음식문화사
일본의 귀한 '아귀' 한·중은 푸대접... 같은 재료 다른 느낌 한·중·일 음식문화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9.14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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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밥상견문록> 윤덕노 지음 | 깊은나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음식에는 문화적 특색이 깃들기 마련이다. <종횡무진 밥상견문록>(깊은나무.2017)은 한·중·일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과 요리를 소재로 세 나라의 문화적 기질과 특색을 살피며 음식문화사를 비교한다.

가령 못생긴 생선 아귀의 경우 중국에서는 변변찮은 중국식 명칭도 제대로 없을 정도로 여전히 잘 먹지 않는 생선이다. 우리나라도 먹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몸통에 바로 붙은 큰 입과 못생긴 몰골 때문에 ‘굶주린 귀신’이라는 뜻의 아귀(餓鬼)라 이름 붙일 정도였으니 우리나라에서는 식재료로 자리 잡지 못했다.

조선 후기 정조 때 문인 이학규는 영남지방을 여행하며 현지 음식을 소개했을 때도 아귀를 두고 “먹는 음식치고는 참 구차하다”고 표현했다. 이런 아귀가 음식으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때는 1970년대 무렵이다.

한국전쟁 때 최대 피난지였던 부산에 피난민이 몰려들며 먹거리가 부족했다. 턱없이 부족했던 탓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들까지 먹기 시작했고 아귀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중국에서 아귀는 잘 먹지 않는다. 잘 잡히지 않는 까닭도 있지만, 중국식 이름도 변변히 없을 만큼 인기가 없다.

이와 다르게 일본에서는 대접이 남다르다. 일본의 아귀 사랑은 300년 역사가 있다. 무려 17세기 말 에도시대에도 고급 생선으로 사랑받았고 도미에 버금가는 생선으로 귀하게 여겼다. 일본인들은 아귀를 두고 먹지 못하는 부위가 없다고 말하며 구석구석까지 발라서 요리한다. 지느러미, 볼살 껍질, 아가미, 위, 난소까지 먹는다. 또 그중 최고로 꼽는 것은 ‘바다의 푸아그라’라 불리는 아귀 간(肝)이다.

책은 이처럼 같은 재료가 한·중·일 세 나라에서 어떻게 달리 쓰였는지 살핀다. 이밖에 누룽지의 다른 쓰임, 한·중·일 세 나라의 요리가 한 상에 올라오는 합작 식사 풍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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