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탈리도마이드’ 허위 광고가 부른 비극... 1 만 2천 명 기형아 만들어
약 ‘탈리도마이드’ 허위 광고가 부른 비극... 1 만 2천 명 기형아 만들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9.07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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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정진호 지음 | 푸른숲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약은 정말 안전할까. 1960년대 벌어진 ‘탈리도마이드 기형아 사건’의 비극은 한 제약회사의 허위 광고와 이를 믿고 그대로 처방한 의사들이 빚은 참극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사람들은 불면증에 시달렸다. 이때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은 진정제와 수면제 용도로 ‘탈리도마이드’를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으로 개발하고 ‘임산부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안전하다’는 허위광고를 냈다.

이후 1960년까지 46개국에 판매되고 아스피린 판매량에 육박할 만큼 많이 팔렸다. 게다가 호주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세계산부인과학회에서 탈리도마이드가 입덧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고, 그 뒤 전 세계에 입덧 치료에 유행처럼 처방된다.

결과는 끔찍했다. 약을 개발한 그뤼넨탈사 직원의 딸이 귀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고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산모에게서 팔다리가 짧거나 없는 신생아들이 계속 태어났다. 결국 1961년 말 독일 내 판매를 중단하고 이듬해 대부분 국가가 판매를 금지했지만 전 세계 약 1만 2천 명의 기형아가 태어나고, 사산된 아이들은 세지 못할 정도였다.

세계적 독성학자가 전하는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푸른숲.2017)에 등장한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현재까지 생존한 탈리도마이드 피해자는 6천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만성 통증과 피로에 시달리지만, 제약회사 그뤼넨탈은 2012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유감’이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비극을 부른 ‘탈리도마이드’가 여전히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임상 시험을 거쳐 한센병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고 혈액암 치료에 효과를 보여서다. 국내에서도 기존 약물을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는 드러그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을 통해 부활한 탈리도마이드가 쓰이고 있다.

책은 약의 역사부터 약의 오해와 진실, 약이 독이 되는 경우와 인류를 구원한 약의 탄생 등 흥미로운 내용을 전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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