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등에 오줌 안쌀테니 한번만 업어주"
"엄니, 등에 오줌 안쌀테니 한번만 업어주"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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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눈 내리는 밤에 저를 낳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곧 눈이 오시겠지요.” - 아마네 도시노리, 남 51세(p13)

"생전 처음 아버지께 따귀 맞은 당신, 고맙습니다. 제 결혼을 응원해 주셔서." – 익명, 27세 (p111)

생각만 해도 안쓰러운 `어머니`. 가까이 있으면 잔소리에 못 견뎌 하면서도, 떨어져 살면 막상 가장 그리운 사람, 어머니다.

책 <참 다사로운 어머니께>(미다스북. 2003)는, 1993년 일본 후쿠이 현 마루오카 마을이 주최한 ‘일필계상 상(賞) - 일본에서 가장 짧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대회의 제 1회 수상작 모음집이다.

‘일필계상(一筆啓上)’이란 ‘단숨에 써내려 간 편지’라는 뜻으로, 의역하자면 편지 글 서두에 적는 ‘몇자 적습니다’의 의미다.

인구 3만 남짓한, 우리나라로 치자면 읍 정도 되는 마루오카 마을에는 약 400년전 혼다(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공신)가 진중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 글이 서간비로 세워져 있다.

“일필계상 - 불조심, 아이 울리지 말고, 말은 살찌우고”라는 이 짤막한 편지에서 착안한 마루오카 마을의 소박한 시도는 전 일본열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똑같다`는 국적을 초월한 바로 `우리집 이야기`다

"도라지가 퐁, 소리를 내며 피었습니다. 양산을 받쳐 드신 어머니가 생각 났습니다." - 다니모토 에이지, 남 65세 (p16)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수술실 앞에서 언니와 아이처럼 큰 소리로 울었댔어요.” – 야모토 가쓰코, 여 41세(p71)

최소 25자, 최대 35자를 넘지 않는 짤막한 편지의 여운은 깊다. 뚱뚱하고, 바보 같고, 남자처럼 일하고, 잔소리도 많지만 그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네 어머니가 186명의 편지 글 속에 모두 들어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참기 힘든 눈물은 짧은 문장, 긴 여백을 밟고 지뢰처럼 터진다.

“엄니, 미안해. 등에 오줌 안 쌀 테니 한번만 더 업어 주.” – 세키구치 마사오, 남 60세(p86)

“귀지 파주는 엄마의 무릎은 따뜻해. 이 때는 나만의 엄마야, 그치.” – 다나베 사토미, 여 6세(p132)

코흘리개부터 팔순 노인까지, 백 여든 여섯 명이 글자수를 세어가며 정성껏 써 내려간 편지는 ‘어머니’ 앞에서 시공을 초월한다. 사업에 실패하고, 시험에 떨어지고, 회사에서 짤리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사회에서 외면당해도 어머니만은, 엄마만은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뿐인 내 편이다.

오와다 사토미씨의 편지를 되새기며, 곧 칠순을 바라보는 우리 어머니를 떠올려본다.

“어머니 - 당신에게서 받은 것은 너무나 많고, 되돌려 드릴 것은 너무도 적다.”

[북데일리 손영주 객원기자] saverin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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