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한 낮의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 서는 이즈음. 숲 속을 사뿐 사뿐 한 걸음씩 걸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전남 순창군 강천산에 있는 왕복 5km거리의 숲길이다. 걷는 내내 옆 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과 시원한 폭포, 늠름한 메타세콰이어 등 다양한 풍경을 보면 이곳이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산 속 기암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그 소리와 풍경만으로도 더위를 싹 날려준다. 강천산에는 이런 폭포가 3곳이나 있다. 병풍폭포와 용머리폭포, 구장군폭포다. 강천산 입구에 있는 병풍폭포는 병풍바위에 조성된 폭포로, 물이 병풍을 치는 것 처럼 떨어진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용머리폭포는 천 년을 살고도 승천하지 못한 용이 피를 토하고 쓰러져 용의 핏자국이 남아 있다는 곳이다.
산책길 제일 안쪽에서 만날 수 있는 구장군폭포는 ‘마한 시대 아홉 명의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그 앞쪽에 마련된 휴식처에서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면서 조형물들을 구경하노라면 해학적인 그 모습에 빙긋이 웃음이 나온다.
강천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군립공원이다. 580m 높이의 정상까지 올라가면 그 앞에 구름다리 ‘현수교’가 놓여 있다. 높이 50m, 길이 75m의 이 다리를 건너다 보면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된 듯 자유롭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까마득한 광경에 잠시 아찔할 수도 있지만 고개를 들어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집중하다 보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너끈히 건널 수 있다. 현수교는 호남 최대의 구름다리로 강천산에 올랐다면 빼놓지 말고 건너보길 권한다.
가을이면 붉디 붉은 단풍으로 바뀔 토종 애기단풍과 아직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300년 된 모과나무, 탐스럽게 분홍빛 꽃을 피운 자귀나무. 자연의 선물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산 속 풍광들과 시원스런 인공폭포가 잘 어우러져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물이 너무나 맑고 깨끗해 그 속에서는 아담한 크기의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치고 있다. 다소 갑갑하게 느껴지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고운 모래길을 느리게 걷다보면 건강과 기분은 빠르게 좋아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산 입구의 세족장에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면 하루의 피로가 다 씻겨 나간다.
강천산에는 맨발산책로코스 외에 신성봉을 오르는 제 1코스를 시작으로, 제2코스(산성산), 제3코스(광덕산), 제4코스(강천산), 제5코스(옥호봉)가 잘 정비되어 있고, 각 코스를 완주하는데는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또한 강천산 한 바퀴를 에둘러 걷는 종주코스도 있다. 이곳은 총 12km 거리로 7시간이 걸리는데, 맨발의 산책로 코스가 다소 아쉬웠다면 이곳에 도전해 봐도 좋다. 강천산은 한번만 가보고 잊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