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버려지지 않기 위해 웃는 ‘억지웃음 가면’
[책속의 지식] 버려지지 않기 위해 웃는 ‘억지웃음 가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6.29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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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가면을 쓰고 산다> 김미숙 지음 | 대림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버려지지 않기 위해 웃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날 싫어하면 어쩌지?’ ‘이 일이 잘못되면 뒷일은 어쩌지?’라는 생각을 늘 품고 사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뭐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날 거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혼자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내키지 않아도 사람들과 있으면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 소위 버릇으로 자리 잡아도 괜찮을 리 없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닌 상태, 속마음은 여전히 불편한 모순을 느낄 때마다 공허감은 옵션으로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의 근원은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양육자로부터 비난과 질책을 주로 듣고 자랐거나 그마저도 해줄 수 있는 대상을 잃었을 경우다. <나는 오늘도 가면을 쓰고 산다>(대림북스.2016)는 이런 ‘억지웃음 가면’은 ‘버려지지 않기’ 위해 내적 전쟁을 치른 끝에 얻게 된 전리품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한다.

대개 타인을 향한 자신의 웃는 가면을 스스로 슬프게 느끼는 까닭은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질책하는 방법으로 홀로 남겨진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서라고 설명한다. 또 어떤 일에 대한 질책도 자신에게 돌리는데 남 탓은 곧 ‘무가치하게 여겨져 버려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서다. 심리적 기원은 결국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성격 심리학자 톰슨의 주장을 예로 제시했다. 톰슨은 부정적 과거 경험을 부인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애써 지우느라 심리적 소진을 하기보다 그런 기억을 이야기하고 얽힌 감정을 풀어내는 자신의 노력을 동력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저자는 덧붙여 소위 살아있는 관계를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어떤 식으로라도 반영해주는 거울로서의 대상이 필요하다. 또한 ‘나’라는 자아는 타인의 반응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하게 된다는 맥락에서다.

버려짐을 두려워하며 공허감으로 자신을 가득 채우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았다면 짐작할 길이 없다. 다만, 고독을 견디는 법을 터득할 때 비로소 성숙한 어른의 길로 나아간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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