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 민족의 영웅인가 매국노인가
김춘추, 민족의 영웅인가 매국노인가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7.09 2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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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의 부정적 평가 뒤엎는 '도발적 문제 제기'
 
[북데일리] “춘추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우선 그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구성해내는 일이 필요하다. 춘추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13쪽)

신라의 태종무열왕, 우리는 그를 김춘추라고도 부른다. 나당연합군을 결성해서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왕이고, 나아가 삼국통일(삼한통일)의 초석을 이룬 사람이다. 그렇다면 분명 그는 승자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거늘 그는 승자이면서도 현재 한국에서 영웅이 아닌 매국노로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간 <춘추 : 신라의 피, 한국·한국인을 만들다>(효형출판.2009년)는 태종무열왕 김춘추를 역사적 사실 그대로 평가해보고자 하는 의미에서 출간된 책이다.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신라의 삼국 통일이 "외세를 이용했다는 점과 대동강에서 원산만까지 경계로 한 이남의 땅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고 되어 있다. 이 표현을 보면 글 쓴이(손진태)가 삼국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인 이종욱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손진태는 해방 전 일제와 해방 후 남북한에 진주한 미국과 소련의 군대를 보며 외세를 몰아내고 남북통일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춘추를 외세를 끌어들인 반민족적 행위자의 표상으로 만들어냈다. 반면 광개토왕 등은 외세를 물리친 위인의 표상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인은 신라를 부끄럽게 여기는 반면 고구려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416쪽)

즉 김춘추에 대한 손진태의 평가는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깊이 박혀있는 만들어진 역사라는 말이다. 이종욱은 이러한 평가를 ‘모델 2’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모델 1’은 무얼까?

‘모델 1’은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고려와 조선 사람들의 평가다. 삼국사기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당나라 군대의 위엄을 빌려 백제와 고구려를 평정하고 그 땅을 얻어 군현을 삼았으니, 융성한 시대라 이를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부식은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평정한 승자이고, 또 통일 이후를 ‘융성한 시대’라고 말함으로써 신라의 우월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조선시대에 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해방이후에는 춘추에 대한 평가는 ‘모델 2’처럼 부정적으로 변해버렸다. 즉 춘추는 매국노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러한 ‘모델 2’의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자신의 연구결과를 통해 저자는 춘추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고, 이에 ‘모델 3’라는 명칭을 붙였다. ‘모델 3’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저자는 ‘모델 3’에 대해 이렇게 운을 띄운다.
“모델 3은 신라인도 모르는 이야기다. 신라인은 춘추가 기획한 삼한통합이 고려 조선은 물론이고 현재 한국, 한국인, 한국 사회, 한국 문화의 기원을 신라에 두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417쪽)

즉 현대 우리나라 사람이 사용하는 성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성의 본관을 보면 거의 모두 신라의 지명에서 나왔다.  신라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날 대한민국으로 그대로 전통이 이어져 내려왔음을 의미한다. 피정복 국가였던 백제나 고구려 사람들은 신라의 하층계급으로 전락했고, 점차 도태되었기에 지금 한국에서 백제나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성씨는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춘추는 반민족 행위자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한국인을 만들어준 장본인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모델 2’의 평가에서 보면 춘추가 외세를 빌려 동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다는 부정적 평가가 있다. 이 평가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동족’, 즉 민족이라는 개념이다. 서로 정복하느냐 정복당하느냐라는 절체절명의 운명을 안고 피 튀기게 싸운 삼한의 각 나라는, 동족의식이라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투쟁했다. 그 결과 신라는 삼한통합을 이루었다.  고려, 조선을 지나 현재에 이르는 한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결국 신라의 혈맥과 역사적 유산만이 계승되고, 백제와 고구려의 존재는 역사의 저편 어딘가에 조용히 안장된 것이다. 저자는 춘추를 욕하는 행위는 “조상에게 침을 뱉는 행위”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친다. “춘추에게 민족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이다.

저자의 춘추에 대한 평가의 근본에는 <화랑세기>가 자리하고 있다. 위작 논란에 빠져있어, 주류 사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책이지만, 이 책에는 신라에 대한 아주 자세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소수의 학자들만이 <화랑세기> 필사본을 진짜로 보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이종욱 교수는 그 소수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화랑세기>는 신라인 김대문이 쓴 책으로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32명의 전기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 이종욱 교수는 이 책의 필사본을 연구하기 시작해 새로운 신라사를 쓰고 있다. 이 책 <춘추>는 이종욱 교수의 지난 30여 년에 걸친 신라사 연구의 핵심을 모아 구축한, 새롭고 정확한 신라사 및 김춘추 연구서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에 기반을 둔 춘추의 평가는 독자들에게는 아주 새롭다.

저자는 책을 끝내며 이렇게 말한다. “한국사 최고의 위인을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춘추를 꼽을 것이다.”(427쪽) 그렇다, 김춘추는 오늘날 우리가 이 땅에서 한국인으로 살며, 한국어를 사용하게 하는 등 오늘날 한국인을 만든 장본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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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이 2009-08-11 00:36:29
삼국통일이라기보다 제 생각엔 백제통합정도 영토로봐서 고구려땅은 거의 발해가 장악했으니.,, 고구려 혹 백제가통일했다면 지금한반도는 현재의 우리민족과다른(한족.거란,여진...)일까삼국중 어느나라라도 현재의 우리민족이라 생각하는데.(신라계가 지배했지 백제의성씨중몇몇이 사라졌을뿐 백제계가 사라진것은 아닌가하는데...위글이 넘단순하게 생각하는것 같아(배움이 단순하지는아닌것같은데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