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42]'석궁테러' 진실은 블랙 코미디?
[책읽기365-42]'석궁테러' 진실은 블랙 코미디?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7.01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격적인 사건의 생생한 보고서
 

[북데일리] '대체 그는 왜 판사한테 석궁을 쐈는가.'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명호 교수와 재판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아마 많은 이들이 대략적인 상황은 알고 있을 터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핵심은 다음과 같다.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 김명호 교수는 대학을 상대로 낸 교수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자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테러했다.'


아무리 '교수 신분'이라 해도 법관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은 충격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사건은 김 교수의 주장이 알려지면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법을 고의로 무시하는 판사들처럼 무서운 범죄자는 없습니다. 그들의 판결문은 다용도용 흉기이며, 본인은 수십만, 수백만의 그 흉기에 당한 피해자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법 무시하고 판결하는 판사들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국민저항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부러진 화살>(후마니타스. 2009)는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 서형은 교도소에 있는 김명호 교수와 주변 인물들과 인터뷰 및 재판과정을 지켜보며 사건의 총체적인 내막을 파헤쳤다. 출판사에 따르면 저자를 섭외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석궁 사건을 책으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판단, 작가를 찾아 나섰다. 적임자는 너무 쉽게 나타났다. 인터넷 검색어에 '석궁 사건'을 입력한 결과, 사건의 재판 관련한 모든 기록이 그녀의 블로그에 있었기 때문.


책은 재미있다. 재판 중 한 장면을 묘사한 대목.


"한마디로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이었다. 먼저, 판사 앞에서 피고인이 얼마나 불량스러웠는지 모른다. 내가 직접 참관한 7차 공판 이전에 이미 김 교수는 두 번이나 감치를 받은 바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감치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을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가두는 것을 말하는데, 4차 공판에서는 '이런 개 같은 법정이 어디 있느냐!'라고 했다가, 두 번째는 6차 공판에서 '재판장님' 대신에 '김용호 씨'라고 불렀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장을 '~씨'라고 호칭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안긴다. 이것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다.


“피고인의 태도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재판장의 태도도 흥미로웠다. 증인으로 나온 박홍우 판사도 말이 왔다 갔다 했다. 검사의 표정도 재밌었다. 방청객들은 또 어떤가. 재판 중인데도 문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가 정상적인 재판정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 이상한 2시간짜리 재판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때부터 나는 이 재판에 매달렸고, 지난 2년의 시간 거의 대부분을 여기에 쏟았다."


책엔 재판상황이 문답식으로 생생하게 나와 있다. 황당하고 기막힌 게 한 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아마 웃음이 헤픈 이들은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뜨릴지 모른다. 그러나 대놓고 웃진 못할 상황이다.


저자는 최대한 공정하게 사건을 그리려 노력했다. 이는 김 교수에 대한 '평'에서도 드러난다. 즉 김 교수를 권력화 된 사법부에 맞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불굴의 싸움을 벌인 위인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를테면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지 않는 불편한 성격을 갖고 있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멍청이', '쓰레기', '개소리', '개판'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성질 깐깐한 수학자"라는 면을 들려준다.


바로 김 교수의 그런 면 때문에 석궁 사건이 있었고, 그로부터 독자들은 우리 사회의 법치와 윤리 수준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불의와도 일정부분 타협해야 박수를 받는 세상이다. 김 교수가 일으킨 세상과의 불화를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다만, 책을 읽어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법치국가를 원합니다. 즉 다시 말해서 법만 지키면 엿 같은 윗사람들 눈치 안 봐도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겁니다. 이 엿 같은 나라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법이 철저하게 무시되는 보복을 당하더군요. 저는 단순합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사는 겁니다."


현재 김명호 교수는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