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 일이?] 파리에선 성형-보디빌딩은 바보 짓?
[책속에 이런 일이?] 파리에선 성형-보디빌딩은 바보 짓?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6.09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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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앵으로부터 직접 듣는 파리

 

[북데일리] 온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인 파리. 그 속에 사는 파리지앵은 대체 어떤 이들일까. 신간 <Real PARIS(리얼 파리)>(랜던하우스코리아. 2009)는 그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감나는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다.

책은 부제목처럼 ‘아티스트 차재경이 만난 파리지앵 15인’이야기다. 저자보다 저자가 인터뷰한 인물을 현미경 삼아 파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크다. 전체적으론 파리 국립 오페라 수석발레리나부터 벼룩시장 상인까지 다양하지만, 지식인과 예술인이 많다는 점이 신뢰와 매력을 준다. 먼저 특이한 몇 가지 이야기.

파리지앵은 호기심 많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지만 금방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삐삐(무선호출기) 구경은 했지만, 삐삐를 이용하진 못했다. 수용 속도가 느리다보니 보급되기도 전에 휴대전화시대로 넘어가버렸다.

식도락은 프랑스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책속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다.

“부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한 달에 두 번씩 회식하는 것보다 1년에 한번 ‘가스트로노미’(식도락) 식당에서 아주 고급 요리와 찾기 힘든 고급 와인을 맛보기 위해 돈을 저축하는 사람도 있다.” -71쪽

성형과 화장에 대한 생각은 우리 쪽과 전혀 상이하다. 이를테면 프랑스 여자는 주중에 화장을 안 하고 주말에 화장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 여성은 반대다.

“파리의 화장 문화는 파티문화라고나 할까. 주중에 일할 때는 그저 데이 크림 정도만 바르고 주말에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손님을 집에 초대했을 때 화장하는 형태를 띤다.“ -154쪽

파리지앵은 자신만을 위해 화장을 하지만 우리는 타인을 위해, 좋게 말하면 타인에 대한 예절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다.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사안이다.

“성형에 대한 관점 역시 ‘엄격’하다. 성형을 하면 손가락질 받기 때문에 했더라도 공개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 혹은 ‘바보’로 생각한다. “-다미앙 뒤프렌(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렇다면 파리지앵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일부 독자들은 예상 밖의 대답에 놀랄지 모른다.

“파리지앵은 신경질적이고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이다. 이유는 파리가 엄청나게 빠른 생활리듬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일상에서 운전을 거칠게 하거나 불친절한 면이 있다.” -모리스 후셀 (조향사-냄새를 가지고 향을 만드는 사람)

“파리지앵이 장점이 있나? 장점이 있다면 파리가 아닐까? 모든 문화가 있고, 문화를 즐기게 해주는 파리가 장점 아닌가. 파리지앵의 장점은 없는 것 같다. 파리지앵은 문화적으로 많이 열려 있기는 하다.(웃음)” -이자벨 시아라볼라 (파리 국립 오페라 수석 발레리나)

보편적으로 ‘인내심이 많으면서도 성질을 잘 내는 사람들’ 혹은 ‘성격이 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즉 불평불만이 많은 편. 그러나 반면 남과의 연대감이나 박애심은 빼놓을 수 없다. 결론은 바쁘고 스트레스 많은 대도시라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으로 봐야할 것 같다.

반면 흥미로운 점은 현지 한국인이 본 견해다. 책에 소개된 재즈뮤지션 나윤선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안팎에서 내놓는 의견이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독자는 헤아려 읽을 필요가 있겠다.

“장점은 독특하고 개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기적일 수 있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창조영역에 일하는 사람으로선 좋은 것 같다. 또 하나는 자만하거나 우쭐하다는 것.(나윤선씨는 이것을 장점이라고 했다.) 또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왕의 머리도 자른 사람’이라는 식의 자신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제목처럼 파리지앵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활자와 사진 모두 정성이 엿보인다. 이와 함께 간간이 나오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눈을 확 뜨이게 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영화평론가이자 기자인 아드리안 공보의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영화를 말할 때 배우보다 감독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이는 파리지앵이 보고 싶은 한국영화가 배우 때문이 아니라 ‘어떤 감독이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안성기보다 김기덕이 더 유명하다. 임권택, 김기덕이 제일 많이 알려져 있다. (중략) 박찬욱은 젊은 층에게 많이 어필되어 있다. 그의 <올드보이>는 불후의 명작 반열에 섰다. 물론 특수한 일부 층에 한정되어 있지만 <올드보이>는 DVD로도 많이 본다. 홍상수는 매우 시크한,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가 중요한 것은 일단 그의 영화가 나오면 평론에서는 적어도 한 페이지 이상 지면을 할애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영화가 많은 관객을 부르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의 인터뷰나 기사를 보고 싶어 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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