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먹방 속 현란한 음식사진과 영상, ‘음식 야동’ 같아”
[신간] '먹방 속 현란한 음식사진과 영상, ‘음식 야동’ 같아”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5.11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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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엿 맛을 알어?> 박현택 지음 | 컬처그라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음식 관련 방송이 넘실대는 요즘은 음식의 맛 본연에 집중하기보다 ‘보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한마디로 음식도 디자인화되고 시각자료의 한 축을 담당한 셈이다. 이럴 때 <니들이 엿 맛을 알어?>(컬처그라퍼.2017)의 저자 박현택은 “맛이란 내게 그리움이다”라는 대세를 거스르는 촌스런 이야기를 배짱 있게 전한다.

저자는 먹방 시대가 무척이나 못마땅하다. 음식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와 포스팅, 방송프로그램에서 그저 외향을 중시하며 혀의 감각을 눈의 감각으로 대체시키는 데만 열을 올리는 이들이 썩 반갑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너무도 찬란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을 보면 ‘도색 잡지’가 떠오른다. 현란한 조리 기술과 칼라풀한 소스, 지글지글 익는 소리와 선정적인 콧소리를 내는 장면을 보면 ‘음식 야동’을 보는 것 같다. 구경꾼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진이나 영상, 시청각의 향연은 화면 앞의 별 볼 일 없는 나 같은 인간을 연신 껄떡거리게만 할 뿐 결코 맛에 다가가도록 하지는 못한다.” (본문 중에서)

먹방 방송에 지겨운 찰라, 까슬까쓸한 그의 투덜댐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느낌을 부정하긴 어렵다. 물론 보기에 좋은 것이 맛도 좋다는 말도 있지만, 음식이란 외양을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오로지 미각의 영역인 맛에 있다는 저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요즘 음식 채널은 온통 빠르고 그럴싸한데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가 실종되기 일쑤니 말이다.

게다가 맛은 먹는 이의 식성이나 취향, 정서와 경험에 좌우되는 만큼 기억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는다. 음식에는 추억과 그리움이 깃들기 마련이고 나아가 음식에 문화가 담길 때 맛도 음식의 품격도 생기는 법이다. 저자는 오늘날 먹방 일색은 바로 이 부분, 숙성의 과정이 실종됐다고 지적한다.

책은 지극히 꼬장꼬장한 한 아재의 맛과 음식에 관한 추억과 단상 그리고 재치있는 잡담이 버무려진 에세이다. 그만큼 개다리소반을 밥상 삼고, 끼니 걱정과 10원짜리 핫도그가 존재했는지 모르는 세대라면 밋밋하거나 낯설 수도 있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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