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 내리는 봄, 꽃에 취하다
꽃눈 내리는 봄, 꽃에 취하다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4.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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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비밀> 인간이 꽃을 좋아는 이유 과학적 분석

[북데일리] 신간 <꽃의 비밀>(가치창조.2009년)은 KBS 스페셜로 방송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책의 제목처럼 꽃에 대한 수많이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단순히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내용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꽃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게다가 중간에 아름다운 꽃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흐믓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책에 수록된 한 가지 실험에 대해 살펴보자.

럿거스 대학의 해빌랜드 교수는 15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꽃, 양초, 과일이 든 상자를 선물로 보냈다. 꽃을 선물로 받은 사람은 모두 듀센미소를 지었고, 과일 바구니를 받은 사람은 90%만이, 그리고 양초 바구니를 받은 사람은 77%의 사람이 듀센 미소를 지었다고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두센 미소가 무엇이기에 각 선물에 따라 이 비율이 달랐을까?

듀센 미소란 1800년대에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듀센이 관찰한 미소로 ‘도저히 인위적으로는 지을 수 없는 자연스런 미소’를 말한다. 이 미소의 특징은 입술 근육과 함께 눈가의 근육이 움직인다고 한다. 따라서 위 실험 결과를 보면 꽃 선물을 받은 사람 모두가 가장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는 말이다. 요컨대 사람들은 꽃 선물을 받았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꽃 선물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국인의 경우, 아마 어떤 경우일지라도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한 몇 차례의 꽃 선물을 받은 경험이 있을 테다. 누가 학교를 졸업한다면 우리는 선물을 고를 필요 없이 당연히 꽃을 선물한다. 그러니 초중고를 졸업하면서 꽃 선물을 최소한 몇 번을 받는다. 그런데 이 꽃 선물은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위 실험을 했던 해빌랜드 교수는 그 이유를 본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꽃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선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꽃이 있으면 당연히 그 과일도 있으리라고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과일이란 우리에게 맛과 더불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준다. 따라서 우리가 꽃과 과일을 연계시켜 사고하고, 또 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자연 선택된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꽃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좋아한다. 특히 여자들은 많은 꽃 중에서도 장미를 특히 좋아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장미는 “여성 호르몬 균형에 도움을 주어 생리주기를 규칙적으로 만들어주고, 생리 전 증후군이나 폐경 후 나타나는 증상들을 완화시켜준다고 한다.”(71쪽) 여자들이 장미에 열광하는 이유가 과학적으로도 분명한 증명이 되고 있다. 게다가 장미가 가지고 있는 향기는 기억력을 향상시킨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독일 뤼베크 대학 얀 보른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장미향은 기억력을 향상시켜 학습 효과를 증대시킨다고 한다. 그렇기만 지속적으로 효과를 가지지 않고,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다는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인간이 꽃에 매료되는 일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꽃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수분 매개자(벌, 새,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빛깔과 향기를 뿜어내건만, 인간 또한 꽃의 생김과 향기에 매료된다. 인간은 자연의 혜택에 무임승차를 한 셈이다.

이 무임승차의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미국 버지니아 주의 노르폭 식물원은 1997년부터 청소년보호관찰대상자에게 원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상자들은 하루에 7시간 꽃을 가꾸고 꽃을 만졌다. 흥미로운 일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상자들의 재범률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데에 있다.

전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0퍼센트에 달하고 한국의 경우는 85퍼센트라고 알려져 있다. 요컨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자연에서 멀어지고 말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자연과 가까이 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건만 현실은 욕망을 뒷밭침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의 집 마당에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일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인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거실이나 베란다를 마치 정원처럼 꾸미기도 한다. 위에서 보듯이 이는 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꽃이 본격적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한 야외로 눈을 돌려보자. 야외로 나가는 일이 바빠서 힘들다면 꽃가게에서 꽃을 사서 거실의 꽃병에 꽂아 놓자. 그 꽃이 장미라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 테니 말이다.


장미



매화
크로커스 (사진제공 : 도서출판 가치창조)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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