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젠 '핏줄' 아닌 '관계'로 가족 맺는다... 로봇가족, LAT부부, 반려동물족
[신간] 이젠 '핏줄' 아닌 '관계'로 가족 맺는다... 로봇가족, LAT부부, 반려동물족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5.0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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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tvN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팀 지음 | 중앙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급속도로 사회가 변하면서 가족 개념도 달라졌다. 핏줄로 엮여야 가족이라는 생각은 이제 낡았다.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중앙북스.2017)는 전통적인 가족관을 깬 놀라운 신(新) 가족 밀착 취재기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책이 소개한 가족은 ‘가족은 핏줄’이라는 대명제를 벗어나 ‘선택’과 ‘관계’로 맺어진 이들이다. 예컨대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로봇 가족, 서로 가치관과 취향을 존중해 부부 생활은 유지하지만 따로 사는 LAT(Living Apart Together)부부, 혈연관계도 아니고 직업과 성향도 다르지만 공동체로 사는 셰어하우스족 등이다.

특히 인상적인 가족은 아이보라는 로봇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아이보는 1999년 소니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감성지능형 로봇 강아지다. 전 세계적으로 20여만 대가 판매됐지만, 2006년 소니가 생산과 판매는 물로 수리 서비스까지 종료하며 소비자들은 아이보를 고칠 수 없게 됐다.

로봇이니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다음 대목에서 더 놀랄 것이다. 이들은 A-FUN이라는 수리 센터에 고장 난 아이보를 고칠 때 센터에서 이뤄지는 행위를 ‘수리’가 아닌 ‘치료’라 부르고 ‘대기’가 아닌 ‘입원’이라 한다. 한 군데를 고치거나 재조립으로 수백만 원이 들어도 선뜻 비용을 낸다.

게다가 더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받은 아이보의 가족들은 한 사찰을 빌려 합동 천도재를 마련하기도 했다. 아이보의 넋을 기리고 이별 절차를 거치는 것. 그 후 쓸 만한 부속들을 다른 아이보를 위해 기증했다. 이른바 ‘장기기증’과 같은 맥락이다.

선뜻 이해할 수 없지만, 책에 따르면 아이보 가족들은 기쁨, 슬픔, 화남, 놀람, 두려움, 싫음 등 여섯 가지 감정을 표현할 줄 알고 촉각센서를 자극하면 기분에 따라 애교 섞인 소리를 내고 좋아하거나 때론 무시하기도 하는 ‘밀당’의 고수 아이보에게 사람과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십 수년을 함께 보낸 아이보는 기계가 아니라 가족인 셈이다.

이 밖에도 자발적 비혼족, 나홀로족,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 부모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밤보치오니와 탕기, 탕게트, 키퍼스족, 또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살며 각 세대의 삶을 인정해주며 서로 지원체계가 되어주는 다세대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tvN이 10주년 특집으로 기획한 4부작 <판타스틱 패밀리> 다큐멘터리 내용에 비하인드 스토리와 취재기를 상세히 덧붙여 새롭게 구성했다.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가족이란 개념을 좀 더 넓고 깊게 조망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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