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듀엣공연? 그건 꿈이야
지식의 듀엣공연? 그건 꿈이야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3.30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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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립할 수 없는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13가지 논쟁




[북데일리]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가 그의 시 <라미아>에서 아이작 뉴턴이 분광학을 통해 무지개를 풀어헤쳤기 때문에 낭만적 시성(詩性)이 사라져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도킨스는 자신의 책 <무기개를 풀며>에서 키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뉴턴의 분광학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자연의 비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우리는 실제적인 우주의 아름다움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하며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위대한 시적 영감의 원천이다.”

과학과 문학의 다툼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학의 발전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은 항상 있어왔다. 과학과 종교 간의 반목도 마찬가지고, 또 과학과 인문학 간에도 경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적 나누기는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요컨대 하나의 학문만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학제간 연구(學際間硏究,Interdisciplinarity)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는 세상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함이었다.

에드워드 윌슨이 말하는 통섭이나. C.P 스노의 두 문화, 그리고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는 모두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학문적인 융합은 쉽지 않다.

신간 <지식의 이중주>(해나무.2009년)는 이분법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13개의 키워드에 대해서 양쪽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 논거를 정리하는 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책의 제목으로 ‘이중주’를 사용한 이유는 아마도 두 개의 서로 다른 의견이 마치 듀엣을 부르는 모습같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입장일 터이다. 그러나 각 키워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오히려 깊은 골을 보여 지기도 한다. 이중주는 불협화음의 모습이기도 하고, 더 이상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만 같다.

이 책을 기획한 교수신문 발행인 이영수씨는 책의 기획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오늘날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주요 이슈들은 결코 특정 분과 학문만의 것일 수 없다는 인식, 그리고 통합적이고 탈 경제적 접근과 개방적인 태도만이 미래 문명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믿음이 기획 의도였습니다.”(5쪽) 기획의 의도처럼 책이 이루어져 있는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키워드를 한 번 보도록 하자. 기후변화, 대체에너지, GMO, 뇌와 의식, 근본 실재, 창의성, 지능, 디지털 치매, 인공지능, 사회 생물학, 시간, 우연, 죽음 이렇게 13개다. 먼저 ‘기후 변화’에 대한 양측의 견해를 보자.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지구는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로 말미암아 생태계가 급격이 변하면서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 위험에 처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남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가에 있는 곳은 모두 바다 속으로 잠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며 언론에서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통 회의적 환경주의자라고 말한다.

보통 회의적 환경주의자는 여러 통계자료를 활용해서 현재 진행 중인 지구 온난화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요컨대 지구의 기후는 항상 변해왔으며, 지금의 변화도 그와 같은 과정이라고 말한다. 대표적 회의적 환경주의자인 비외른 롬보르는 지구온난화에 들어가는 예산을 차라리 후진국의 기아나 질병예방에 사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회의적 환경주의자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견해를 보면 지구 온난화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본다. 다만 지구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설령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전 예방의 우선 원칙에 입각해서 충분히 (준비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계속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자.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미래의 기후변화와 그것의 영향을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평가하고자하는 노력이 보다 충실히 이루어진다면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날 살고 있는 과학자들이 맡아야 할 책무입니다.”(21쪽)

즉 과학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기에 그 해결책도 과학에서 찾고 있다. 환경주의자의 입장을 보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이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21세기 내에 해수면 상승을 비롯해 재앙상태로 되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해결책도 위의 의견과는 사뭇 다르다. “기후변화는 대기의 물리화학적 조성 변화의 문제이지만, 그러한 변화가 사회경제적인 나아가 문화적인 문제에서 출발했기에 기후변화 해법은 바로 사회경제적, 문화적인 구조의 차원엣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29쪽)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그 해결책 또한 다르다. 과연 어느 진영의 말이 맞는가. 회의적 환경주의자들의 의견이 맞길 바랄 뿐이지만. 만약 환경주의자들의 말이 맞는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지구에서 더 이상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리하고 생각된다. 두 의견은 저마다 각자의 소리를 고집하고 있는 듯 보인다. 둘의 이중주는 불협화음이다.

요즘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는 GMO(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서 양쪽의견을 들어보자.

먼저 GMO를 찬성하는 측의 의견을 들어보자. 일단 생명공학 기술은 중금속 오염지역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식물도 만들어 낼 수 있고, 생물 연료용 작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생명공학 식품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환경위해성을 줄이는 데에도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하면 가능하리라고 낙관적으로 향후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GMO에 대해서 반대하는 측의 논거의 핵심은 GMO의 안전성이다. 수퍼 잡초의 탄생이 실제화 되었고, 동물실험 결과 GMO 옥수수를 먹인 닭의 간이 작아지고, 또 수명이 단축되었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또 아직 GMO 식품을 먹었을 경우 장기적인 영향력에 대한 연구도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GMO식품이 지구 식량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 또한 거짓임은 다 밝혀졌다.

역시 마찬가지로 양측은 상대방의 악기 소리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 당연히 둘이 내는 소리는 불협화음일 수밖에 없다. 나머지 키워드에 있어서도 의견의 대립 수준은 비슷하다. 우리의 현실은 ‘지식의 이중주’가 불협화음만 낼 수밖에 없는가. 과연 아름다운 화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 현실은 차라리 우리에게 귀를 막고 있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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