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글쓰기 노하우
다치바나 다카시의 글쓰기 노하우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3.18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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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글쓰기 책 중 돋보여..."목적을 갖고 읽어라"
 
[북데일리]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는 말들 듣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 인문학에서 자연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사람이다. 보통 저술가라고 하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어,  많은 저술을 했더라도 한 분야에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치바나 저술의 특징은 전방위적이라는 점이라는 데에 있다. 이런 점을 갖기 위해서는 당연히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 책 <지식의 단련법>(청어람미디어.2009년)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분야를 초월한 저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자료 수집에서부터 집필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하우와 노력을 담고 있다. 1984년에 일본에서 처음 출간했으니, 25년 전이나 지난 책이다. 그러나 지금도 독자들에게 유효한 부분이 많이 있다.

요즘을 개인 출판의 시대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출판이라는 개념을 꼭 책을 출판한다는 말이라기보다는 인터넷에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글을 쓰는 경우를 말함이다.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출판에 있어서 프로슈머의 시대가 도래 했다는 말이다. 즉 사람들은 독자이면서도 저술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음을 말한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가지고 책으로 출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 블로거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글 솜씨와 함께 소재의 특이함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전국민이 필자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시점이다 보니 사람들이 글쓰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 책도 시중에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많은 책 중에도 돋보인다.

이 책에서는 자료수집에서 시작해 마지막 집필 단계까지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일들을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제일 처음 단계인 자료 수집을 다치바나는 ‘정보의 입력’이라고 말하고 있고 마지막 단계인 집필은 ‘출력’이라고 부르며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일단 자료 입력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집필이라는 목적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입력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그저 즐겁게 입력하는 경우다. 요컨대 책이나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와 자신이 즐겁기 위해서 자료를 읽는 경우를 말한다. 이 책은 자료 수집에 목적이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경우는 즐거움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경우보다 다섯 배에서 열 배가량 능률이 높다고 말한다. 특히나 특정한 정보나 문헌을 보는 경우에는 하루에 스무 권을 ‘해치우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에서 ‘책을 해 치운다’라는 낱말의 뜻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책을 해 치운다’라는 말은 신속하게 읽어내는 방법이 동원된다. 한마디로 필요한 대목 이외에는 아예 읽지 않는 방법이다.”(20쪽)
책은 모름지기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된다는 말은 고정관념이라고 까지 말한다. 필요한 부분만 읽으라는 말에는 기본적으로 책의 내용 가운데 자신이 필요한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알아차릴까? “자신의 무의식의 능력을 신뢰”하라고 말한다. 다치바나는 슬쩍슬쩍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필요한 부분을 알아챌 수 있다고 하니, 이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서 신문에서 지식 얻기, 잡지에서 지식 얻기, 컴퓨터를 이용한 지식 얻기에 대한 내용이 뒤따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전문적인 저널리스트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책이 정보 수집의 대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에 이르면 쉽지 않다. 저자는 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서점을 가라고 말한다. 게다가 그곳에서 책을 살 때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쓰라고 한다.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재미있다. “본전을 찾으려는 마음에서 보다 성실하게 읽기 때문이다.”(97쪽)

괜찮은 책 같아서 읽었지만, 읽다보니 자신이 바라던 내용이 아닐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이 있을 터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읽어가는 중에 읽을 가치가 없는 시원찮은 책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 책은 바로 읽기를 중단하고 버린다. 그래도 애써 산 것이니 무니 해서 쩨쩨한 근성을 발동하여 무리하게 다 읽으려고 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게 좋다. 돈을 손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마저 손해 보게 된다.”(102쪽)
다치바나는 이런 부분에서 아주 단호하다. 책을 읽으면서 줄 하나 긋지 않고 깨끗하게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밑줄을 긋고, 포스트 잇을 붙이는 등 지저분하게 읽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한 다치바나는 “책은 소모품임을 늘 염두에 두어 인색하게 굴지 말고 더럽히면서 읽어야 한다.”(103쪽)고 말한다.

이제 집필부분으로 넘어가보자. 집필이라고 바로 글쓰기를 말한다. 그런데 글쓰는 부분이 사람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단계다. 다치바나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으면 가능한 한 좋은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야 한다. 그 이외에 왕도는 없다.” 라고 말한다. 아주 평범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 말은 진리다. 평범함 속에 중요함이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문장에 대한 각자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저자는 “자신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많이 읽어가는 중에 판단기준이 저절로 높아져 갈 것이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한 대서 무리하게 좋다고 믿을 필요는 없다.”(154쪽)고 말한다. 즉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라고 말하고 있다.

또 문장을 쓴 후 자신이 읽어보았을 때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을 보라고 말한다. 보통 장문일 경우에 이에 해당하는데, 다치바나는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그럼에도 매끄럽게 읽히지 않으면 아예 문장구조를 바꿔 보라고 말한다. 나아가 “구체적으로는 주어를 바꿔본다. 주어를 바꾸면 문장 전체가 바뀌지 않을 수 없다.“(155쪽)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문장이 좋다고 해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부분은 바로 글의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던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느낌 중 하나는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와 인생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즉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꾸준히 좋은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써나가는 수밖에 없다. 평범함 속에 가장 중요한 진리가 있는 법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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