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신간]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1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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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이가라시 미키오 그림 | 놀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네 컷 만화 보노보노가 벌써 서른이다. 1986년에 출간되어 30년 넘게 연재되고 있으니 이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이제 어른이다.

신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2017)는 미처 이를 접하지 못하고 어른이 된 한 작가가 우연히 보노보노에 빠진 후 만화 속 위로의 문장들을 길어내 작가의 생각을 덧붙여 서툰 어른들을 위해 위로의 글로 엮은 책이다. 작가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고 말한다.

보노보노를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고백을 이해할 터다. 또 그만큼 책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우리라. 작가가 길어낸 문장들과 장면은 손길을 거둘 수 없게 만들 테니 말이다. 보노보노의 마력은 심오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는 데 있다. 특히 마냥 어린아이 같았던 보노보노에게 어른의 향기가 느껴지는 철학적인 대목이라면 그냥 넘기기 아쉽다.

보노보노가 난생처음 고래 무리를 만나 겪은 일이다. 아빠를 찾기 위해 먼바다까지 나간 길에 자기 무리와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고래무리의 혈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랐던 장면은 무리 중 행동대장 격인 고래 아저씨의 몸이 상처로 가득했지만 약한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보노보노는 이렇게 생각한다.

“고래 아저씨는 상처투성이였다. 고래 아저씨는 상처투성이였다. 상처를 보면 상처를 본 사람이 놀라서 정작 상처 난 사람은 상처 난 것 따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잊지 않았을 거다. 잊지 않았을 거다” (본문 중)

저자는 이 대목을 통해 “나 상처받았어”를 쉽게 내뱉으며 상처를 핑계로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는 영리하지만 비겁한 태도를 비꼬았다.

투박한 듯 순수한 보노보노의 대사들은 어찌 보면 가볍게 읽히고 유치한 듯하지만, 저자의 표현처럼 보송보송한 위안을 남긴다. 게다가 세상 소심한 보노보노의 친구들을 보는 맛도 남다르다. 세상 얄미운 포포리, 세상 밉상 너부리, 세상 진지한 야옹이 형 등이 보여주는 솔직함은 어른이 된 지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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