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생 녹아 있는 과학 에세이 ‘권오길 교수의 산들에도 뭇 생명이’
[신간] 인생 녹아 있는 과학 에세이 ‘권오길 교수의 산들에도 뭇 생명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17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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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교수의 산들에도 뭇 생명이> 권오길 지음 | 지성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생명과학자를 꿈꾼다면 이론을 배우기에 앞서 꼭 거쳤으면 하는 책들이 있다. 바로 권오길 교수가 쓴 생물 관련 도서들이다. 과학을 대중적 글쓰기로 시도한 1세대 지식인이자 ‘과학 에세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저자다. 무엇보다 글에 우리 인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신간은 늘 반갑다. <권오길 교수의 산들에도 뭇 생명이>(지성사.2017)는 전작 <흙에도 뭇 생명이>, <갯벌에도 뭇 생명이>, <강에도 뭇 생명이>에 이은 ‘~ 뭇 생명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그중에서 원생동물과 흰개미의 공생 이야기는 서로 이어져 있는 인간의 삶과 닮았다. 흰개미는 창자에는 트리코님파라는 원생동물이 살고 있다. 트리코님파라는 오로지 흰개미 몸에서만 살 수 있는데 실제 크기는 약 300㎛(마이크로미터)이며 모양은 영락없이 눈물방울이나 배를 닮았다.

이 원생동물이 하는 일은 나무 부스러기나 식물섬유를 푸짐하게 삼켜 세포 내 소화를 돕는다. 흰개미는 이 섬유질을 홀로 소화하지 못하므로 이 동물이 없으면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죽고 만다. 흰개미는 트리코님파에 삶터를 제공하고 트리코님파는 대신 양분이라는 집세를 내는 셈이다. 이어진 저자의 말에는 따끔한 질책이 담겨 있다.

“원생동물조차 서로 거들고 도우며 살아가는데 그보다 못해서야 어디에 쓰겠는가. 공생이 곧 상생인 것이다. 마땅히 늘 굳세고 야무지게 서로 거들고 도우며 살아야 한다”

이 밖에도 그가 내놓은 책은 이미 50여 권이다. 글 일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다만 과학 이야기인 만큼 속명과 학명, 낯선 전문 용어들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반해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생물을 향한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유쾌한 문체, 그 속에 깃든 우리 인생을 만날 수 있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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