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입덧' 알고보면 오묘한 전략
'임산부 입덧' 알고보면 오묘한 전략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3.11 13: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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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유혹> 찰스 다윈의 시각으로 세상 보기
 
[북데일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0년 전인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간한다. 코페르니쿠스에 이어 두 번째로 신의 지위를 끌어 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책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예컨대 모든 생명체는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체들은 지금 우리가 보는 그 모습 그대로 신이 창조했다고 말한다. 다윈의 이 새로운 이론은 그러한 신의 위치를 무시한 셈이다. 이 새로운 이론을 우리는 진화론이라고 부른다.

진화론이 발표된 이후 지난 150년 동안 이 충격적인 이론은 많은 공격을 받는다. 진화론에 흠집을 내려는 수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 이론은 확고한 기반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 이유는 전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한 결과 진화론은 생명의 세계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 가장 탁월한 이론이라고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진화론을 단순히 생물학에 있어 하나의 이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자신의 존재와는 상관이 없는 이론이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적자생존’이라는 표현은 인류사회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이나 차별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또 하나의 오해는 진화는 진보와 같은 개념이라는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유명한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J. 굴드는 진화가 진보와는 전혀 다른 개념임을 그의 책에서 누누이 밝히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은 이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다.

이러한 일반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생물학계에서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생물학자이며 진화인류학자인 데이비드 슬론 윌슨(David sloan Wilson)만큼 적극적으로 진화론을 일반인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학자들은 아주 소수다. 그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이 책 <진화론의 유혹>(북스토리.2009년)이다.
 
윌슨은 자신의 대학에서 생물학 이외의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상으로 진화론을 알리려는 강좌를 개설한다. 에보스(EvoS, Evolutionary Studies)라는 명칭의 프로그램이다. 이 강좌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에보스는 사람들이 진화론에 기초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22쪽) 요컨대 윌슨은 진화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데 강좌의 목적을 두었다.   이 책은  강좌 내용을 중심으로 쓴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하나의 강좌를 한 번 들어보자. ‘영아 살해’에 대한 내용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듯이 생명의 목적은 유전자의 전달에 있다. 따라서 생명체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자손을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 요컨대 영아살해가 자연계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영아살해의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우는 TV의 동물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사자의 경우다. 사자 무리에서 우두머리 수컷이 바뀌면, 새로운 우두머리 수컷은 이전의 어린 새끼들은 모두 죽인다. 이는 자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새끼를 죽임으로 암컷을 바로 임신시킬 수 있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새끼를 만들기 위해 영아를 살해한다.

이를 인간 위주의 윤리 도덕적 관점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영아살해에는 고도의 진화적 전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송장벌레라는 곤충 사회에서 일어나는 영아살해가 훌륭한 적응전략임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송장벌레는 생쥐나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처럼 작은 동물의 시체를 주로 먹는다. 그런데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자원(동물의 시체)이 부족할 경우 새끼의 일부는 키우고 나머지는 살해를 한다. 즉 환경상황에 맞추어 새끼들이 충분히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다.
저자는 “송장벌레의 적응전략은 처음에는 알을 과잉으로 낳고 유충단계엣 그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아살해는 자식을 돌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43쪽)라고 표현하고 있다. 작고 미미한 존재인 곤충조차도 생존과 번식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아주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송장벌레의 작은 뇌 안에 프로그램 되어 있어 환경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예이다. 이러한 예는 바로 다윈의 진화론으로 충분히 설명되고 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입덧’에 관한 내용이다. 마지 프로펫(Margie Profet)은 생물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었고, 독학으로 진화론을 배워 자신만의 독특한 이론을 발표한다. 그녀가 발표 내용은 ‘진화론에 기초한 입덧 이론’으로 맥아더 재단에서 주는 ‘지니어스’ 상 최연소 수상자가 된다. 임산부가 입덧을 심하게 하면 아예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이는 당연히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진화론에서 말하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하여 이런 나쁜 행동이나 현상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 해가되는 행동인 입덧이 남아있음은 무언가 우리에게 혜택을 주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과연 입덧은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줄까?  마지 프로펫은 “입덧은 대부분 태아가 주요 신체기관을 형성하고 독소에 가장 민감한 시기에 일어난다. 또한 맵고 쓴 음식은 담백한 음식보다 입덧을 일으키기 쉬울 뿐만 아니라 유산과 선천성 기형과 관련이 되어 있다.”(125쪽)고 말한다. 입덧은 태아의 생존에 위험할 지도 모르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하는 적응방식인 셈이다. 즉 진화는 비용과 그 효과를 정확하게 판단한다. 자연선택은 비용과 효과를 판단해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버린다. 이에는 윤리도 도덕도 없다. 우리의 어떤 행동도 그 이유를 살펴보면 적응을 위한 진화전략이 숨어있다고 생각해야한다.

윌슨은 “나는 진화론자다. 이 말은 곧 진화론에 기초해 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뜻이다.”(10쪽)라고 이 책의 앞부분에서 말하며 철저히 진화론자로서 자연 세계를 바라본다.

윌슨 교수와 함께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세상을 보니 무엇이 보이는가? 인간은 자연계에 무수히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 다만 한 종에 불과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도 아니고, 어떤 목적이나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는 더욱이 아니다. 진화론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세계의 생명체에 대한 의문도 풀어주지만, 우리에게 겸손함을 견지해 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 표현한 바와 같이 올해는 <종의 기원>이 출간되지 15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게다가 찰스 다윈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진화론을 만나는 지적인 즐거움도 만날 수 있고, 수록된 많은 사례들은 상당히 흥미롭기까지 하다.

책의 원제는 <Evolution for Everyone>이고 부제는 ‘가장 과학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려는 욕망’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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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2009-03-14 16:27:46
방어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