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물고기 알고보면 인간 행동 뺨친다
[신간] 물고기 알고보면 인간 행동 뺨친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4.12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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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알고 있다> 조너선 밸컴 지음 |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우리는 물고기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래서 ‘물고기의 기억력은 3초’라느니, 물고기는 고통도 못 느끼고 눈물도 없는 원시적인 동물이라고 서슴없이말한다.

심지어 유명한 작가 D. H. 로렌스는 ‘물고기’라는 시에서 이렇게 쓰기도 했다. 물고기는 “소리도 없고, 서로 접촉하지도 않는다. 말도 없고, 몸을 떨지도 않고, 심지어 화내지도 않는다.”

물고기는 정말로 그럴까? 이것은 우리의 오해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 (에이도스. 2017)에 따르면 물고기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한 동물이고, 고도로 진화한 생물이며, 우리 인간과 너무도 닮은 우리의 ‘사촌’이라는 것.

물고기는 학습과 기억, 놀이, 도구 사용과 협동에 있어 그 능력을 발휘한다. 스트레스나 공포감, 통증, 쾌감, 호기심, 재미, 성생활과 양육 등과 관련된 연구를 볼 때 물고기도 감정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 또한 물고기들의 시각, 후각, 촉각, 미각 등 감각세계는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영장류를 능가하는 물고기들의 지각력과 인간사회를 방불케 하는 물고기 사회의 역학관계를 보면 우리의 편견을 깰 수 있다.

물고기들이 정교하고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청소부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에 붙어 있는 기생충이나 죽은 피부, 기타 잡티를 제거해 준다. 바다에 사는 청소부 물고기로는 트리거피시triggerfish의 일부, 나비고기, 자리돔, 고비, 쥐치, 망상어, 빨판상어, 전갱이 등이 있다.

그들의 청소 서비스를 받는 고객 물고기에는 상어와 가오리, 바닷가재와 바다 뱀, 고래, 하마, 인간이 있다. 고객은 청소부를 선택한 후 수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청소부가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청소할 수 있도록 지느러미를 쪽 펼치고 한 자리에 얌전히 머물러 있는다.

어떤 고객은 입과 아가미 뚜껑을 열어, 조그만 청소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배려한다. 청소부도 주둥이나 지느러미, 아가미 뚜껑을 건드려 “여기를 청소해야 하니 펼쳐주세요”라고 고객에게 신호를 보낸다.

“물고기 공생 분야의 권위자인 레두안 비샤리에 따르면 한 마리의 청소놀래기가 100마리 이상의 다양한 고객들을 구별하며, 이들과 마지막으로 상호작용한 날짜도 기억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부와 고객의 공생시스템은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관계, 범죄와 처벌, 까다로움, 관중 의식, 평판, 아첨을 포함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p. 220)

이러한 사실은 물고기 사회가 우리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의식 수준과 정교함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무분별한 양식, 잔인한 도살, 여가용 낚시 등 만연한 인간중심주의에 대해 반성할 때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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