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경림 시인이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이상부터 손석희까지
[신간] 신경림 시인이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이상부터 손석희까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1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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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신경림 (엮음), 최인호, 신영복, 김수환, 법정, 손석희, 이해인 지음 | 책읽는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언제 들어도 귀에 감기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명곡처럼 글도 마찬가지다. 오래되어도 가슴 뭉클한 감동이 여전하다는 것은 그 글의 가치를 새삼 일깨운다.

신경림 시인이 엮은 <뭉클>(책읽는섬.2017)은 시인이 ‘문학적’보다 한 자리 위에 자리한다는 마음을 ‘뭉클’ 거리게 만들었던 글을 엮은 수필집이다. 소설가, 시인은 물론 사회운동가, 미술평론가, 수녀를 비롯해 언론인의 글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시대의 아이콘 된 언론인 손석희 앵커의 글도 있다. 손 앵커에게 가장 오래된 기억은 햇빛에 대한 것이다. 세 살쯤 아스라하여 자꾸 도망갈 것만 같은 기억을 붙들어 세상에 대한 첫 기억으로 남겨 둔 장면은 세상에 처음으로 홀로 마주 선 기억이자 평화로운 시대의 상징적인 기억이었다.

햇빛에 대한 아련한 기억은 일곱 살 늦여름으로 옮겨간다.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던 끝에 어느 부엌 뒤꼍, ‘검다시피 푸른 하늘에 판화처럼 선명히 찍힌 진노란 색 해바라기 꽃잎’ 위로 쏟겨내리던 햇빛이 그가 기억하는 햇빛에 관한 두 번째 기억이다. 열두 살의 초겨울로 이어진 햇빛에 대한 기억은 초겨울, 시리도록 찬 한옥의 마룻바닥 위에서 발견한 햇빛의 단아함이다.

그의 글은 햇빛과 함께 시작한 유년의 기억을 타고 조용한 다짐으로 맺는다. “햇빛과도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 밝음으로 또한 감내할 수 있는 우울함으로....그것이 나의 어릴 적 소망이었다. 중간쯤에 와 되돌아본 나의 삶이 내가 소망했던 것과는 이만치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 해도 나는 내 바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중략) 나는 어릴 적 햇빛에 대한 기억에서 얻은 소망을 지켜야만 할 것 같다”

누구나 겪었을 면면들이 투영되어서일까. 어릴 적 소망에서 동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우울함, 그러나 이를 다잡아 자신의 바람을 꺾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왠지 모르게 시큰한 아픔을 전한다.

이 밖에 소설가 김유정의 죽음 앞에 돈을 구하는 절규의 글, 삶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이해인 수녀의 글도 뭉클하다. 또한 이상, 정지용, 박목월, 채만식 등 근대문학가의 글과 현대 한국문학계에서 사랑받는 시인과 작가 장영희, 신영복, 이어령의 글도 만날 수 있다. 다만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이라는 점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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