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커피 한 잔에 ‘맘충이’... 여성 현실 그린 ‘82년생 김지영’
[추천! 이 책] 커피 한 잔에 ‘맘충이’... 여성 현실 그린 ‘82년생 김지영’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06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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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 민음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1500원짜리 커피를 사 들고 공원아 앉은 한 엄마가 건너편 회사원들의 쑥덕거림을 들었다. 이를 퇴근한 남편에게 전한 상황이다.

보이는 게 전부라 여기고, 마음대로 짜깁기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렇지만 TV나 인터넷에서나 보았을 법한 말이 자신의 귀에 꽂혔다면, 그 대상이 ‘나’라면 어떤 기분일까.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2016)의 주인공 김지영이 겪은 일화지만, 사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다.

김지영은 남편에게 당시 상황을 전하며 상황을 복기하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 떨림을 느꼈다. 수치스럽고 억울한 기분에 하소연은 이어졌다.

“커피가 설사 1500만 원이라도 그래. 내 남편이 번 돈으로 내가 뭘 사든 그건 우리 가족 일이잖아. 내가 오빠 돈을 훔친 것도 아니잖아.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며 맞닥뜨려야 하는 불편한 일들은 이게 다가 아니다. 김지영이 육아를 시작하기도 전 진로 결정 과정에서 아내, 엄마로 살아가려면 여자 직업으로 선생님만 한 게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면접을 보러 가며 택시기사로부터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 안 태우는데, 딱 보니 면접 가는 거 같아서 태워 준다”는 선심 어린 말을 돈 내고 들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결혼 후 임신한 몸으로 출퇴근 지하철을 탔다는 타박도 들어야 했다. 정작 자리를 양보해 달라 하지 않았으나, 불쾌한 듯 일어서는 한 여자 대학생으로부터 “배불러서까지 지하철 타고 돈 벌러 다니는 사람이 애는 어떻게 낳아?”라는 말을 들으며 눈물을 쏟아야 했다.

김지영이 겪는 일들은 하나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이런 일들은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이야기다. 김지영은 일련을 일들을 거쳐 병들어버린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45분씩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1년 전 출간된 책이 최근 도서 판매순위를 역주행하고 있는 건 소설 속 김지영이 겪는 에피소드들이 사실적이라는 점, 김지영이 나인지 내가 김지영인지 모르겠는 이입, 그리고 ‘닮은꼴’이 주는 서글픔이 주는 공감일 것이다. 남녀 구별치 않고 추천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속의 여성이 겪는 내밀한 심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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