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포토] 강태공 낚시가 물고기에게는 악몽
[WP 포토] 강태공 낚시가 물고기에게는 악몽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3.30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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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노는 물'이 다른 물고기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그저 재미로 혹은 스포츠의 하나로 즐기는 낚시가 물고기들에게는 악몽일 수 있다. 미국의 어류와 야생동물 관리국에 따르면 여가용 낚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외활동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낚시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남한강변 팔당호 근처에 있는 라이브 카페 ‘예마당’에 갔다. 커피를 마시고 해가 지기 직전 밖으로 나오니 카페 앞에 있는 작은 호수에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얼핏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일 수 있다. 하지만 물고기들에게도 그럴까?

상업어업의 잔인함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여가용 낚시는 ‘무해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낚싯꾼이 아니라 물고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평화롭게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낚싯바늘에 입을 꿰여 숨 막히는 공간에 내동댕이쳐진다면 좋겠는가?

신간 <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에이도스. 2017)을 보면 그렇지 않다.

특히 낚시바늘 끝에 달려있는 미늘은 한 번 걸려든 물고기가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고안된 것으로 물고기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낚싯바늘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더라도 미늘이 물고기의 안면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다. 강제로 빼낼 때는 더하다.

낚시바늘이 물고기의 눈알을 파고드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 혹은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기도 한다.

“‘물고기는 늘 별종이다. 조용하고 무표정하고 다리가 없으며, 그저 멀뚱멀뚱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나올 때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항상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눈은 물고기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거라는 오해를 부풀린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눈꺼풀이 필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우리가 물고기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노는 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p.316)

평일 낮 시간에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생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취미가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는 그 자체만을 누리고, 낚시 대신 다른 취미를 즐길 수는 없을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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