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나이 50세, 미혼 여성, 대기업 생활 28년을 박차고 ‘돈’ 대신 ‘시간’과 ‘자유’를 선택함. 특이사항, 헬멧을 연상케 하는 '아프로 헤어'. 이른바 폭탄머리."
<퇴사하겠습니다>(엘리.2017)을 쓴 前 아사히신문사 기자 이나가키 에미코의 현재 이력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사는 대기업이다. 사회적 지위나 월급도 나쁘지 않은 한 마디로 나름의 안락한 경제생활을 보장하는 회사다. 28년 경력이라면 중간급 이상 관리자일 텐데 저자는 자진 퇴사를 감행했다.
놀랍게도 이 결정의 계기는 '아프로 헤어'에 있었다. 마흔 즈음 우연히 썼던 아프로 가발이 썩 어울렸던 기억을 떠올려 마흔 중반에 이르러 사고를 친다. 주위의 만류에도 아프로 헤어, 그러니까 두둥실 뜬 보름달 같은 동그란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것.
그러자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이한 머리스타일 덕에 생면부지 사람들이 말을 걸고, 친구를 자청하며 나섰다. 종종 지나다니던 골목길 가게 주인이 지나는 그녀에게 반가운 인사를 던지는 예기치 않은 일들을 마주한다. 사십 대 중반에 다시 '리즈시절'을 맞이한 셈이다.
이런 즐거운 변화에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퇴사 결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사실 그의 고민은 직장인 모두의 고민이다. 때때로 퇴사를 희망하며 자유와 시간을 원하지 않았던가.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퇴사를 위한 준비에 돌입한다. ‘돈’ 씀씀이를 줄이면서 돈과 지위에 얽매이던 시절을 뒤로하고 회사를 그만두어도 살아갈 수 있는 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50세에 이르러 퇴사를 해버렸다. 그는 퇴직 후 인생이 마냥 황금빛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도 어쨌든 그는 회사인으로 살면서 놓쳤던 것들을 되찾는 중이다. 책은 내내 일과 삶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