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는 내부 문제로 쓰러질 것"
"서구는 내부 문제로 쓰러질 것"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2.1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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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자멸>...가치관 흔들 개선없인 위험

[북데일리] 팍스 로마나(Pax Romana), 팍스 몽골리카(Pax Mogolica),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ica)는 과거형이다.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현재형이지만 미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즉 중국의 세계지배 시대가 될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 이 말이 맞는 다면 그 시기는 언제일까?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의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회생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는다면 아마 팍스 아메리카나는 종말을 고할 것이다. 지금이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

서구가 동양보다 앞선 시기는 보통 지리상의 발견 때부터라고 말한다. 그 시대 동양을 대표했던 명(明)은 정화의 해외원정 이후 바다를 멀리하는 해금(海禁) 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이것이 동서양의 운명을 바꾸는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지리상의 발견 이후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한 서구사회는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정치와 경제, 군사적인 면에서 동양의 나라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서구의 우위가 허물어져 가고 있으며, 나아가 자멸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신간 <서구의 자멸>(말글빛냄.2009년)은 책 제목 그대로 서구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서구의 가치관과 문명의 역사를 살펴본다. 이어 그 가치관들이 지닌 의미, 인류의 의식과 삶에 끼친 영향을 고찰한 뒤 2,000년 동안 이어져 온 서구의 문명과 가치관이 과연 미래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분석한다.

일단 서구라는 개념의 지리적인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이 책은 서구의 지리적 범위를 미국과 유럽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로 보고 있다. 또한 이 나라들이 비슷한 문명과 6가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그 가치관이란 크리스트교, 낙관주의, 과학, 성장, 자유주의 그리고 개인주의다. 이들은 서로 맞물리고 영향을 끼치면서 지난 2,000년 동안 서구의 역사를 끌어왔고, 16세기 이후에는 세계를 이끌어왔다.

저자는 각 가치관의 의미, 태동의 배경, 변천의 역사,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현재는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서구문명이 지속될 것인지, 멸망할 것인지를 고찰하고 있다. 만일 지속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자멸의 길을 걷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또한 멸망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책의 원제목은 <Suicide of the West)>다. 한글로 직역을 하면 ‘서구의 자살’이다. 자살이나 자멸은 외부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문제로 인하여 죽는다는 의미다. 이는 외부의 요인으로 인해 무너지는 몰락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의 자멸의 실제적인 의미는 “서구사회가 생태적으로 자멸하거나” 아니면 “여섯 가지 서구 가치관을 핵심으로 하지 않는 또 다른 문명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말이다.

6가지 가치관 중 자유주의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자.

“자유주의는 자유의 이론과 실체다. 자유는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발전의 결과로, 특히 크리스트교의 급진적이고 평등주의적인 사상의 영향으로 생겨났다. 또한 자신감 있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개인 및 집단들이 정치적 권리를 얻기 위해 분투하면서, 부의 증가로 모든 집단과 계층의 협동 성향이 발전하면서 자유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216쪽)

이처럼 자유주의는 서구가 가지고 있는 6가지의 가치관 가운데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자리하고 있다. 또한 자유주의는 바로 부의 증가로 연결된다. 그러나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도 지금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과연 자유주의에 내재한 문제는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본문을 보도록 하자.

“자유주의 문명은 그 성공과 적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위협을 받고 있다. 가장 심각한 위험들은 모두 자유주의 문명이 자초한 것이다. 20세기 자유주의 아젠다가 서구 시민들의 안전과 복지, 자유를 놀랍도록 효과적으로 증가시켜 주었지만 현재 자유주의는 과거에 비해 훨씬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는 서구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역사만으로 자유주의가 유지될 수는 없다. 지속적인 실천과 개선이 필요하다. (217~218쪽)

저자는 자유주의는 외부(파시즘이나 공산주의)의 위협이 사라진 대신, 내부에서 위협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를 개선하려는 지속적인 실천과 개선이 없다면 자유주의뿐만 아니라 나머지 가치관들도 무너져서 서구사회가 몰락하리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책의 끝부분에 이르면 낙관주의적인 결론을 내린다. 즉 서구의 자멸을 경고하면서도 서구의 가치관이 최고이고, 달리 선택할 것이 없으며, 혁신적인 방향전환을 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저자의 말처럼 서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아니면 팍스 아메리카나가 종말을 맞고,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도래 할지 속단은 이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미래는 동양의 시대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공저한 책이다. 리처드 코치와 크리스 스미스. 리처드 코치는 <80/20법칙>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벤처사업가다. 크리스 스미스는 영국인으로 하원의원 출신에 문화언론체육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책의 내용 곳곳에 오리렌탈리즘이 보인다. ‘6가지 가치관 모두 서구 이외의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상당히 서구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부분이 있어 눈에 거슬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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