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정신 상태가 덜 되 먹었어.”
[북데일리] 어느 새벽, 가수 비가 눈을 부라렸다. 상대는 댄스그룹 코요테의 빽가로 알려진 백성현. 둘은 한 살 차이로 백 씨가 형이다. 그날 백 씨는 꼬박 5시간 동안 비의 훈계를 들어야 했다. 속 터지는 말도 했다.
“형은 동생이 벤츠를 샀는데 배알이 꼴리지도 않아?”
이 무슨 '막말'인가. 여기까지만 봤을 때 떠오르는 한 마디.
“톱스타면 다야?“
그런데 속사정을 들어보면 그리 화낼 일이 아니다. 신간 <당신에게 말을 걸다>(북하우스. 2008)의 저자 백성현의 고백이다.
“그때 지훈이가 내게 했던 한 마디 한 마디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어떤 계기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건 웬만큼 친한 관계를 뛰어넘은, 그저 친한 형 동생 사이를 뛰어넘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진짜 친구 대 친구로서 나눈 대화였다.”
당시 백 씨는 사진 일을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을 찍어왔던 그에게 카메라는 삶이고, 밥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메라 가방이 통째로 사라졌다. 지금까지 모은 전 재산을 들이부어 산 카메라와 관련 장비였다. 게다가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새 카메라를 장만할 여유는 꿈도 못 꿨다.
낙심하던 차에 비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 12시, 밥이나 먹자는 전화였다. 백 씨는 이런 저런 사정 이야기를 했다. 17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가능한 하소연이었다. 이를 들은 비는 호통을 쳤다.
“지훈이는, 형이 지금 돈이 없는 건 전부 집에 갖다드렸기 때문이 아니지 않냐, 형도 술 먹고 옷 사고 놀러 다니면서 살지 않았냐, 나라면 그런 것도 안 했을 거다-중략-이런 내용의, 정말이지 지훈이와 나 사이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참고 들을 수 없는 적나라한 말들을 장장 다섯 시간에 걸쳐 토해냈다.”
진심어린 충고는 백 씨에게 약이 됐다.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짰다. 착실히 한 걸음씩 밟아갔다.
현재 백 씨는 연예인보다는 사진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Studio by 100' 실장으로 패션화보와 앨범 재킷을 찍는다. 유명 패션 잡지에 그의 이름을 새겼고, 전시회도 여러 번 가졌다. 흔한 말로 ’그 바닥의 실력자’다.
책은 사진가로서의 인생을 담았다. 그가 찍은 감성적인 사진과 담담한 글이 눈길을 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찾아 성큼성큼 나아간 열정의 이야기 또한 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