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마법'을 건 '함평나비축제'
일상에 '마법'을 건 '함평나비축제'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2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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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10만마리 구하려 제주 원정...냉장시설 동원도

[북데일리] 지난 5월 5일 어린이 날, 전라남도 함평군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2008 함평세계나비 곤충엑스포’, 이른바 ‘함평 나비 축제’ 때문이다. 이날 엑스포장을 찾은 사람은 6만 명이 넘었다. 같은 날 국내 최대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의 입장객은 약 5만 5천명. 인구 3만의 ‘일개 시골’ 함평군의 승리였다.

신간 <함평 나비 혁명>(페이퍼로드. 2008)은 함평 나비 축제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담았다. 오랜 기자 생활로 잔뼈가 굵은 저자 이재광, 송준이 직접 현장을 누비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만든 책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역시 축제의 곡절 많은 축제의 탄생 과정이다. 나비 축제의 아버지인 정헌천 함평 곤충연구소 소장과 이석형 군수는 설득부터 벽에 부딪혔다고. 군청은 물론 군의회, 군민들이 입을 모아 반대했다. 열심히 설명해도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NO'였다.

“일 좀 해보라고 젊은 군수 뽑아주니까 아주 망해 먹으려고 작정을 해부렀어야.”

우여곡절 끝에 허락을 받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애초 목표였던 나비 10만 마리를 만들어내야 했던 것.

때는 엄동설한의 2월이었다. 나비 10만 마리라니, 요술이라도 부려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제주였다.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제주라면 나비 또한 가장 먼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제주로 건너간 ‘특공대원들’은 제주를 뒤졌다. 하지만 제주의 삼다(三多)라 했던, 돌, 바람, 여자는 보였으나 나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주어진 시간은 겨우 며칠. 나비를 못 찾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덤볐던 그들은 결국 북제주군 애월읍 인근의 양지바른 밭에서 나비를 만났다.

그렇게 제주에서 데려온 나비는 100여 마리였다. 정 소장은 제주로 떠나기 전 꾸려놓은 온실에 나비를 풀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또 문제가 발생했으니, 바로 나비들의 짧은 생애였다. 이를테면 배추흰나비 성충의 수명은 자연상태에서 3주일, 온실에서는 1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축제 시작도 전에 이들이 죽어버리면 어떡할까.

정 소장은 꾀를 냈다. 신진대사가 활발하면 빨리 성숙하고 빨리 늙으니. 신진대사를 늦춰 그 반대로 만들자는 것. 그 방법으로는 온도 조절을 택했다. 구 농촌지도소의 농촌물 보관 창고의 냉장시설에 나비를 넣고 온도를 12~13도로 조절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나비들은 마법에 걸린 듯,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함평 나비 축제의 시작이었다.

이처럼 책은 함평 나비 축제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최고가 되기 위한 사람들의 열정과 창의력이 봄날의 나비만큼이나 아름답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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