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냥이 집사’ 진중권이 전하는 고양이 인문학
[신간] ‘냥이 집사’ 진중권이 전하는 고양이 인문학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1.2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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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인간 심연의 바닥은 헤아릴 길이 없나 보다. 까칠한 독설가 이미지가 전부일 것만 같았던 진중권 교수가 반려묘의 매력에 흠뻑 취해 ‘고양이’에 관한 책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상상.2017)를 냈다. 몹시 의외다.

그저 대중적 이미지만 보자면 ‘냥줍’(길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삼기 위해 집에 데려온 것) 이후 ‘집사’(고양이의 집사)가 됐다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지만, 부제가 무려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다. 한마디로 고양이의 집사가 되려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애묘가로 탈바꿈했지만, 그의 인문학적 능력은 여전했다. 고양이라는 동물로부터 느끼는 흥미로운 인문학적 질문을 고양이의 역사, 문학, 철학으로 직조해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첫 장은 고양이의 창세부터 시작한다. 집사들 중 몇이나 냥이의 창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진 교수는 유전자분석 기법의 발달에 따라 과학이 제공해주는 창세에 대해 언급한다.

고양이의 미토콘드리아 이브 즉, 지구상 현존하는 모든 집고양이의 어머니는 ‘근동 들고양이’다. 근동 들고양이는 지금 이스라엘의 사막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살고 있으며, 처음 야생고양이가 집고양이로 길든 시기가 약 4,000년 전 이집트 때라 여기지만, 정설을 뒤집을 증거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한다. 사이프러스 섬에서 약 9,500년 전 인간과 나란히 매장된 고양이 유해가 발견된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고양이는 언제 전해졌을까. 정확한 시점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최초의 존재 증거는 5~6세기경의 가야토기 속이다. 고양이가 지붕에서 쥐들을 은밀히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다른 증거는 9세기경 경주의 한 우물에서 발견된 여섯 마리의 뼈다.

책의 다채로운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집사’라 여기는 그를 보니 진정 애묘가가 맞지 싶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가장 다른 맛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밀당’에 있으니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냥이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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