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창의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창의성'
  • 임재청 시민기자
  • 승인 2008.11.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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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뇌에 대한 쉽고 흥미로운 접근

[북데일리] 멍게라는 생물이 있다. 멍게 유충은 바다를 헤엄쳐 다닌다. 그런데 이 멍게 유충이 바위에 붙어 자라기 시작해 성체가 될 때 척색과 척수를 삼켜 소화시켜버린다.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박문호는 <뇌, 생각의 출현>(휴머니스트. 2008)에서 움직일 필요가 없을 동물은 뇌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동물에게 뇌는 운동의 출력기관이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중요한 만큼 뇌에 관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뇌의 각 부위 명칭과 기능에 대해 자세히 파고들지 않아도 뇌의 대략적인 지도를 그릴 수 있다. 뇌 공부에 있어 세부에서 전체 구성으로 올라가는 보텀-업 방식보다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톱-다운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우 효과적이다. 어려울 것 같은 뇌의 진면목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주제인 생각을 진화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는 이니스의 “생각은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입니다.”라는 주장을 통해 생각의 실체를 파고든다. 요약하자면 생명의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 생명은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명체로 진화해서 다세포 동물들이 출현한다. 이 과정에서 좌우대칭 생명체가 나타난다. 좌우대칭은 방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운동성이 신경활동과 통합되면서 의식의 출현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의식에는 1차의식과 고차의식으로 나뉜다. 1차의식이란 시각, 청각, 체감각이 우리의 욕망에 규격화된다. 이것을 애덜먼은 ‘지각의 범주화’라고 한다. 더 나아가 지각이 범주화되는 과정을 다시 한 번 범주화하는 ‘개념의 범주화’가 생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차의식은 언어 이전에 이미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뇌의 활동에서 의식의 영역은 5%에 불과하다. 의식의 지평으로 올라오지 않은 무의식이 나머지 95%를 차지한다. 이 95%의 무의식이 자동적항상적시스템과 관련이 있는데 ‘느낌이전까지’를 말한다. 느낌이란 바로 비자동적인 항상성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즉 감정(무의식)이 아닌 느낌(의식)일 때 강력한 뇌의 능력이 생겨난다. 우리가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이때 칙센트미하이가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창의성 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창의성이 표출된다.

저자는 창의성을 달리 생각의 대칭 붕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생각이라는 것이 대칭과 대칭 분리를 일으키며 계속 움직인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감정이 풍부해야 한다. 그래야 번뜩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충분한 학습량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창의성의 전제조건이다. 일단 정보량이 임계치를 넘어서야 한다. 임계치를 넘은 정보가 질(質)로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창의성은 정보의 질이 아니라 양(量)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저자는 뇌는 복잡계일까? 복합계일까? 비교 분석하고 있다. 복잡계는 다양한 하위 시스템이 섞여 있는데 이것들이 무작위로 상호작용한다. 반면에 복합계는 복잡계 시스템으로 되어 있지만 목적 지향적 시스템이다. 결론적으로 뇌는 복합계이다. 도킨스의 표현을 인용하면 “생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변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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