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의 어머니와 `거꾸로여덟팔나비`
조훈현 9단의 어머니와 `거꾸로여덟팔나비`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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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상상하는 신산(神算)` 프로바둑기사 조훈현 9단. 조 9단은 지난 2003년 별세한 어머니를 항상 `나비`로 만난다.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조훈현이 걸음을 멈추었다. 어디선가 샛노란 날개를 지닌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그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어머니예요!"

정미화(조훈현의 아내)가 불현듯 외쳤다. 어머니가 임종한 이후에 조씨 일가 사람들 상당수가 노란 나비를 봤다고 했다. 그것도 도저히 나비가 있을 만한 공간이 아닌 곳에서, 도저히 나비가 생존하기 힘든 계절에 똑같이 생긴 나비를 여러 명이 보았다는 것이다.

"불가에서 나비는 빠른 윤회를 상징한대요. 보세요. 어머니가 무척 홀가분하게 날아 다니시잖아요?"

조훈현은 환하게 웃으며 나비를 올려다보았다. 나비는 오랫동안 그의 머리 위에서 너울너울 날갯짓하며 꿈결 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 - 자전에세이 <戰神 조훈현> (청년사. 2004) 중

조 9단의 나비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추억`이다. 추억은 어린시절을 먹고 자란다. 어린시절 나비를 좇아 어른이 된 부모라면 이제 아이들에게 추억의 실마리가 될 `나비`를 가르쳐 줄 차례다.

생태동화 <안녕? 거꾸로여덟팔나비>(언어세상. 2005)는 나비의 일생을 다룬 한편의 자연다큐멘터리다.

날개에 여덟팔(八)자의 흰무늬를 가졌다해서 거꾸로여덟팔나비라는 이름을 얻은 나비는 여느 나비보다 화려하지도, 몸집이 크지도 않은 평범한 우리나라 265종의 나비 중 하나다.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가 되고, 다시 다섯 번의 허물을 벗은 후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태인 번데기를 거쳐야만 나비가 된다. 이 과정에서 대개의 알과 애벌레, 번데기는 기생벌과 같은 기생성 곤충들과 오목눈이, 곤줄박이 같은 새들의 먹이가 되고 만다. 100개의 알 중에서 두세 개만이 나비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나비가 되어서도 길어야 열흘 정도만 나비로 지내다가 알을 낳고 죽고 만다.

책은 나비의 한살이를 동화와 관찰일기로 엮어 톡특하게 구성해 냈다. 동화는 나비가 되기 위해 온몸으로 변화의 고통을 겪어내는 애벌레의 시각으로, 관찰일기는 동화에 등장하는 애벌레를 관찰하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나비의 한살이를 바라본다.

특히 관찰일기에서는 어린이가 직접 애벌레를 관찰하면서 얻을 수 있는 사실적 지식뿐 아니라 책이나 인터넷 등을 참고해서 찾은 풍부한 생태 정보를 구어체의 문장과 주인공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곤충학자인 저자 김정환은 누구에게나 추억이 될 나비를 통해 화려하지 않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길 바라는 생각에서 책을 펴냈단다.

세상에 어머니만큼 흔한 존재도 없지만 조훈현 9단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 만큼 `특별한 나비`도 없다.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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