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에 화가가 된 할아버지 '원하는 거 지금 하세요'
아흔에 화가가 된 할아버지 '원하는 거 지금 하세요'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12.21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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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 꽃을 그렸어 ㅣ 낮은산 ㅣ 유춘하. 유현미 지음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있을까? 쓸쓸한 노년을 놀이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할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쑥갓 꽃을 그렸어>(낮은산.2016)는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고 딸이 이야기를 쓴 책이다.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아온 할아버지는 나이 아흔에 심심해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두 두 알을 그리고 내친 김에 군자란 화분도 그렸다. 다음엔 노랗고 환한 쑥갓 꽃을 그렸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이것은 좀 더 복잡해 보여.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야.”

할아버지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그림을 그렸다. 쑥갓꽃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다.

그림 실력이 늘었다. 하루는 파주 반구정으로 소풍을 나갔다. 임진강을 그리며 어렸을 적 살았던 황해도 신천 고향와 어머니, 북에 두고 온 돌쟁이 딸을 생각했다. 전쟁이 멈춘 뒤에도 가지 못한 고향을 그림으로 그리다 꽁꽁 뭉쳐 두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풀었다. 그날 그린 풍경화에 직접 '반구정에서’라는 제목을 붙였다. 오직 농사만 짓던 농부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다.

이 책은 인생이란 열 살에도 아흔 살에도 새로운 재미를 찾고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할버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서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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