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후에도 희망된 美대공황기 `소년가장`
80년후에도 희망된 美대공황기 `소년가장`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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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청소년위원회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 주최한 `위기 청소년을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국제심포지엄에서 충격적인 통계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발표자로 나선 윤철경 한국청소년개발원 복지정책연구실장이 "현재 12∼24세 청소년 800만명 중 21.3%에 달하는 약 170만명이 `위기의 청소년`"이라고 밝힌 것.

이 중 가출, 폭력, 성문제, 학업중단 등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 `고위기군` 청소년은 42만명이고 빈곤 청소년, 이혼가정 자녀, 소년소녀가장 등 방치할 경우 탈선할 가능성이 있는 `중위기군` 청소년은 126만명이었다.

특히 한국복지재단에 등록된 소년소녀가장 4380명 중 어머니의 가출과 행방불명이 첫 원인이 돼 소년소녀가장이 된 아이는 올해 9월 말 현재 1783명으로 전체의 40.7%나 됐다. 어머니를 따라 아버지도 가출해 가족이 해체된 것이다.

경제난에 따른 생활고로 `위기의 나날`을 내고 있는 소년소녀가장 뿐 아니라 같은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정부는 물론 사회적인 안전망 구축과 재활지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교육을 통해 스스로 앞날을 개척할 수 있는 의지를 키워주어야 한다.

이같은 2000년대 청소년의 위기는 1920년대도 있었다. 미국 대공황기가 시작되기 직전 불경기, 가뭄으로 시달리던 미 버몬트주의 작고 낡은 농장에서였다.

미국 소설가 로버트 뉴턴 펙(77. 사진)의 자전소설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사계절. 2005)의 주인공 13세 로버트 펙은 돼지잡는 일을 하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생활고에 지친 어머니와 노처녀 캐리 이모를 책임져야만 하는 소년가장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소 두마리와 몇 마리의 닭까지 로버트가 챙겨야 하는 식구들이다.

몇달 전 아버지는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을 알고 아들에게 당부한다.

"로버트, 네가 엄마와 이모를 돌봐야 한다. 봄이 오면 넌 더이상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란다."

아버지가 죽고 또 다른 죽음의 슬픔을 겪은 로버트에게 운명처럼 찾아든 대공황. 하지만 신앙의 힘으로 가정을 지키겠다고 결심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게다가 꿈에 그리던 여자친구 베키가 춤을 가르쳐 주고 영어공부까지 함께 하겠다는 믿지못할 행운도 찾아온다. 로버트는 학업과 농삿일을 병행하면서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나간다.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원제 A Part of the Sky)은 로버트 뉴턴 펙이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을 펴낸 지 25년 만에 후속작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더 이상는 잃을 것이 없는 로버트네 사정은 더욱 안 좋았지만 `위기의 로버트`가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다정한 이웃들의 따스한 손길이었다. 그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쪽 한국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로버트의 성장일기는 마음의 힘이자 희망이다.

작가 로버트 뉴턴 펙(Robert Newton Peck)은 1928년 미국 버몬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농장에서 보냈다. 벌목꾼, 제지공장 노동자, 도살꾼, 광고업자 등의 직업을 거쳐 롤린스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코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자전적인 어린 시절을 그린 첫 작품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한 그는 <밀리의 소년> <토끼들과 빨간 코트> <수프> 등도 펴냈다.

(사진 =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구직자들의 모습)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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